[미디어펜=석명 기자] 양희영이 한국 여자골프의 우승 갈증을 해소했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16번째 대회에서 한국의 첫 우승을 양희영이 일궈냈다.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전한 우승 소식이어서 더욱 값졌다.

양희영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사마미시의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1040만 달러)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 더블 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를 쳤다.

최종 합계 7언더파를 기록한 양희영은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고진영과 릴리아 부(미국), 야마시타 미유(일본·이상 4언더파) 등 공동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56만 달러(약 21억 7000만원)다.

   
▲ 양희영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LPGA 공식 SNS


양희영의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한 양희영은 오는 7월 28일이면 만 35세가 되는 적잖은 나이에 메이저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전까지 통산 5승을 올리는 동안 2012년과 2015년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만 두 번 했던 양희영은 6번째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했다. 양희영의 우승은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번 시즌 한국의 LPGA투어 첫 우승이라는 의미도 있다. 앞서 시즌 15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무관에 그치며 2000년 이후 24년 만의 최장 무관 불명예 기록을 쓰고 있던 한국 여자골프에 양희영의 우승은 '단비'가 됐다.

아울러 양희영은 개인적으로도 파리 올림픽 출전을 예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대회 성적을 포함해 25일 발표되는 여자골프 세계 랭킹에서 양희영은 순위를 15위 이내로 끌어올릴 것이 유력하다. 현재 순위는 25위다.

파리 올림픽에는 국가별로 랭킹 상위 2명씩 출전한다. 다만, 랭킹 15위 이내에 들면 한 국가에서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고진영(7위)과 김효주(12위) 둘만 랭킹 15위 이내에 들어 이들 둘이 파리 올핌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예정이었는데, 양희영이 15위 이내로 올라서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다. 양희영은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8년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다.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양희영은 흔들림 없이 침착한 플레이를 이어가며 일찌감치 우승을 예감케 했다. 추격자들이 모두 주춤하는 사이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5~6타 차까지 벌어지자 양희영은 막판에 약간 흔들렸다. 16번 홀(파4)에서 짧은 파퍼트를 놓치더니 17번 홀(파3)에서는 티샷을 물에 빠트려 더블보기도 범했다. 하지만 넉넉하게 차이를 벌려뒀기에 결국 3타 차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 양희영이 우승을 확정짓자 후배 선수들이 몰려와 격하게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LPGA 공식 SNS


고진영이 이날 버디 4개, 보기 3개로 1타를 줄여 합계 4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오르며 대회를 마쳤다. 올 시즌 부진에 빠졌던 고진영은 지난 4월 JM 이글 LA 챔피언십 공동 4위를 뛰어넘어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을 올렸다.

역시 이날 1언더파를 친 유해란이 공동 9위(1언더파)에 자리해 한국 선수 3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김효주와 최혜진은 나란히 공동 16위(1오버파)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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