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년부터 SAF 2% 비율 의무화…2050년까지 70% 확대
루프트한자, 내년부터 유럽발 항공권 최대 72유로 인상
기존 항공유 대비 3~5배 비싸…"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돼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친환경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유럽행 항공권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항공권 인상으로 인한 해외여행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EU 회원국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편은 최소 2%의 SAF를 채워야 한다. 2030년에는 6%, 2050년에는 70%까지 쓰도록 의무화한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수요 전량을 SAF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SAF 그랜드 챌린지'를 발표했다. 미국은 SAF 생산·수송·혼합·저장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2억9700만달러를 투입, 탄소배출량 감축 비율에 따라 최대 갤런당 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일본도 2030년까지 전체 항공유의 10%를 SAF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SAF란 기존 항공유로 사용되던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등의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진 항공유를 말한다. 탄소중립 실현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타 분야 대비 탄소 감축이 어려운 항공업계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으로 SAF에 주목하고 있다.

   
▲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B747-8i./사진=루프트한자 독일항공 제공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3~5배가량 높은 가격으로 비싼 가격이 단점이다. 반면 SAF 사용으로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 대비 50~80%까지 줄일 수 있는 데다 기존 연료 시스템과 함께 사용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이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노선 4개를 이관받은 티웨이항공도 SAF 사용 대책을 세워야 하는 입장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SAF 사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각 국제선 취항지 규정에 맞게 SAF를 급유할 예정"이라며 "관련 부서에서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AF 사용으로 인한 비용이 유류할증료에 반영돼 탈탄소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항공업계는 아직까지 SAF 사용 의무화로 인한 항공권 비용 인상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SAF 의무 사용으로 인한 항공권 인상에 대한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루프트한자 등 유럽항공사를 중심으로 SAF 도입에 따른 항공권 비용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항공권 비용 인상에 대한 우려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 최대 항공그룹 루프트한자는 EU 환경 규제로 인한 비용 증가를 근거로 항공권 가격을 인상했다. 루프트한자는 내년 1월1일 이후 EU 회원국과 영국·노르웨이·스위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에 최소 1유로(1489원)에서 최대 72유로(약 10만7000원)의 추가 요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루프트한자는 EU 기준 충족을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간 수십억 유로(수조 원)를 쏟아붓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형 항공기도 들여와야 한다고 밝혔다. 루프트한자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 (EU) 규제로 인한 추가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네덜란드 합작사인 에어프랑스-KLM도 SAF 도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2022년 1월부터 최대 12유로(약 1만80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에어프랑스-KLM은 루프트한자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SAF 도입으로 인한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고객들이 가격 인상분의 어느 정도까지 수용이 가능하냐가 관건"이라면서 "환경을 위한 것이니만큼 지원금 정책 마련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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