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 1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1200원과 9870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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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위원회./사진=유태경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다. 지난 7차 회의 당시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표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노동계의 투표 방해로 8차 전원회의에 불참했던 경영계는 이날 전원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앞서 이날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올해 9860원 대비 27.8% 인상한 1만2600원,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동결안을 내놨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1차 수정안으로 최초 요구안 대비 각각 1400원, 10원 인하한 금액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대비 인상률은 각각 13.6%, 0.1%다.
모두발언에서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최임위가 제공한 심의 자료만 봐도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는 월 245만 원 넘게 필요하지만, 현재 최저임금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며 노동자 실질임금 저하까지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불평등과 양극화가 매우 우려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물가가 2%대로 안정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실생활 물가 중심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따라서 올해 최저임금 수준은 실질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고,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열심히 일하면 적어도 먹고 살 수는 있게 하기 위해 최저임금법을 만들었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말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른 시대"라며 "출산율을 높이고 결혼을 장려하겠다면서 혼자 살기에도 부족한 임금을 주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모든 지표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통계청 가계동향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수는 2.67명, 가구당 취업자 수는 1.43명이다. 이를 반영한 실제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과도하게 높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부작용 없이 운영되기 위한 적정 수준 상한을 중위임금의 60%라고 하는데,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5.8%로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며 "이는 선진국인 G7 국가 평균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공식적으로 13.7%, 주휴시간까지 감안한 경총 추산으로는 4.3%에 달할 정도로 시장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낮아져 있는 것을 보면, 현재 최저임금은 근로자 보호에만 치중해 결정돼 왔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면서 "내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부결됨에 따라 모든 사업장이 동일하게 지켜야 하는 단일 최저임금을 정해야 하는데, 현 수준에서 이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업종을 기준으로 수준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또한 "수출은 늘어나고 있으나, 내수 부진이 계속돼 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출은 감소하고 있는 상태에서 비용 지출은 늘어나고 있어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불 능력이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라며 "인건비와 생산자 물가 인상에 따른 공제 금리 인상, 고금리에 따른 대출금 상환 등이 부담이지만, 그 중 가장 큰 부담은 높아진 최저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저임금 근로자보다 더 취약계층인 은퇴 고령자나 경력 단절 여성 등 노동시장 외부자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은 취업을 하지 못하면 저임금이 아니라 무임금 상태로 있게 된다"며 "취약 사업주 지불 능력이 작년에 비해 더 악화됐는데, 구분 적용마저 부결됐으니 취약계층 구직자 고용 기회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은 동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한 최초 요구안을 바탕으로 수정안을 내면서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다만 금액에 대한 노사 간 입장 차가 팽팽해 간극을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고시해야 한다. 이의제기 접수와 재심의 기간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
최종 협상이 불발될 경우, 공익위원이 노동계와 경영계에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논의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에서 중재안을 제시해 표결에 부친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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