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인하 확인 이후 통화정책 전환 예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에서 동결했다. 물가 흐름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11일 오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작년 1월 연 3.2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도 금리가 동결되면서 기준금리는 12회 연속 동결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2.4% 상승하며, 작년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월과 3월 3.1%로 올라선 이후 4월 2.9%, 5월 2.7%, 6월 2.4%로 3개월 연속 떨어졌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2.2%에 머물고 있으며,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는 2.8%로 작년 7월(2.0%)이후 처음으로 2%대로 내려왔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예상했던 것처럼 하향 추세를 보이며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원‧달러 환율 수준이 지속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움직임, 기상여건, 공공요금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물가가 목표 수준(2.0%)에 수렴해 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물가에 관해 “통화정책 긴축기조 지속 등의 영향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 수준에서 안정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가 상승 등에 따라 둔화흐름이 일시 주춤할 수 있겠으나,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목표 물가 수렴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바라보고 있는 점, 급증하는 가계부채 등은 금리를 조정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늘어난 1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주담대가 6억3000억원 늘며 전월(+5조7000억원) 늘었다.

주담대는 1~3월 사이 증가 폭을 줄이다 4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하며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증가액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주택거래 매매 증가, 대출금리 하락, 정책대출 공급 지속 등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에만 26조5000억원 급증했는데,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폭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확인한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 동결하며, 올 연말 기준금리를 5.1%로 전망했다. 시장에선 최근 미국 고용시장이 냉각되면서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