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현실화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경제에 미칠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의 극단적인 보호무역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고강도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한국의 핵심 산업인 2차전지와 자동차, 반도체 등이 보호무역주의의 표적이 될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흑자 규모 등을 토대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각종 무역 제재를 가했던 전례를 고려해 트럼프 재집권이 한국 산업·통상에 미칠 리스크에 주목하면서 선제적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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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총격 피습을 계기로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사진=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엑스 화면 캡처 |
우선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부추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원인의 구조적 분석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미국과의 교역에서 전년(279억 달러)보다 59.5% 증가한 445억 달러(약 60조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부상한 것은 21년 만으로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반도체와 중간재 수출 신장세와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같은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는 미국의 대대적인 통상 압박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미국은 대한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거나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내 업체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추진과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 등을 통해 불공정무역 제재를 강화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더 높은 수위의 통상 압박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3% 수준에서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다 상대국 관세가 10%라면 미국도 10% 관세를 물리는 ‘트럼프 상호무역법’ 도입 방침도 밝혔다. 이외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도 시사했다.
보편 관세 등 자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환경 정책 기조 변화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2차전지, 전기차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매우 크다. IRA 등 친환경 정책 후퇴는 전기차 태양광 등 신에너지 관련 업종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칩스법) 및 IRA의 최대 수혜를 입고 있는 국내 반도체, 2차전지 업종의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트럼프 정부의 관세율 인상과 이민 제한 정책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켜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위험도 크다. 작년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외환‧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최근 양호한 대미 수출실적에 안심하기보다는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주목하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통상적인 측면에서는 에너지‧농축산물 등에서 미국으로의 수입 다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통상압력 완화뿐 아니라 공급선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먹거리 안보 확보와 중기적 시계에서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구조적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응책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한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고 높여나가는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첨단분야에서의 핵심인재를 확보하는데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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