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올해 전반기부터 정신아 대표를 필두로 체질개선에 나섰던 카카오가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부터 투자를 확장하겠다 밝혔던 AI 사업 부문이 직격타를 맞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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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이먼트 조가 조작 혐의로 23일 구속됐다. 카카오는 오너 리스크로 인해 성장 동력 상실 우려가 발생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3일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해 2월 SM엔터테이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2400억 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그룹 최고 의사결정자로서 시세조종을 승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최대 20일인 구속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 조종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를 받은 후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카카오를 국내 최대 IT 기업 중 하나로 만들었다. 하지만 문어발 계열사 확장으로 인해 업계의 비난을 받는 등 명과 암이 뚜렸한 행보를 보였다. 또 최근 견고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오너 리스크, AI 사업 성장 둔화 등으로 인해 주가가 지속 하락했다.
실제, 2021년 6월 17만 원을 기록했던 카카오의 주가는 연일 하락했다. 이 날 김 위원장 구속의 영향으로 카카오의 주가는 전 날 기준 3%가 감소한 3만9950원을 기록하며 4만 원 선이 붕괴됐다.
우선.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인해 올해 전반기부터 진행했던 카카오의 체질 개선이 지지부진해질 전망이다. 카카오의 현 수장은 정신아 대표이지만 김 위원장이 최고 의사 결정자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2022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 났지만 영향력은 여전하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의 지배구조 중 김 위원장의 지분은 13.28%다. 김 위원장이 2대주주(10.4%)인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3.69%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여전히 최종 결정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를 신설하고 경영일선에 복귀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수익성이 낮은 사업 정리에 나섰다. 최근 1년 동안 147개였던 계열사를 124개로 줄이며 몸집 줄이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고 의사 결정자인 김 위원장의 구속이 확정 되면서 몸집 줄이기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성장 동력 확보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 전문가인 정신아 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경영 일선에 내세웠다. 이는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 해외 진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부재로 인해 투자가 멈출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PO를 준비중인 카카오엔터테이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또 카카오의 신사업인 AI 기술 확장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의 AI 사업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해부터 KO GPT2.0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다.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AI 사업 투자를 지속 확장하며 격차는 심해지고 있다.
학계는 카카오가 오너 부재로 인해 경영 결정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으로 인해 계열사 매각, AI 신사업 확장 등 중요한 결정들이 다 멈추게 될 것"이라며 "카카오의 경영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카카오가 체질개선을 위한 굵직한 틀을 잡아둔 만큼 큰 변화가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현재 주가가 최저점인 만큼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태원 회장과 이재용 회장도 1년 이상 있었지만 사업에 큰 영향은 없었고 이미 카카오의 주가가 최저가 위치한 만큼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가 체질개선에 집중한다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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