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감소 추세 고려해 음용유 구매량도 사상 처음 축소
생산자·유업계, 물가 상황 고려해 원유가격 동결에 합의
유업체도 흰우유 가격 동결 계획, 소비자가격도 동결 기대
정부, 경쟁력 제고 등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 대책 추진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2017년 이후 지속 인상되던 원유가격이 올해는 동결됐다. 유업체도 흰우유 가격을 동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소비자가격도 인상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 대형마트 우유 매대./사진=구태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30일, 올해 진행된 원유가격 협상에서 생산자-유업계가 물가 상황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내 낙농산업을 위협하는 대내외 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낙농산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 대책’을 발표했다.

생산자와 유업계의 원유가격 협상은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우유 생산비가 2022년 대비 4.6%(ℓ당 44.14원) 인상됨에 따라 6월 11일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14회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협상은 정부가 낙농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했다. 생산비만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던 과거의 생산비 연동제에서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생산비 상승분의 90~110%를 반영해야 하므로 원유가격은 ℓ 40~49원을 인상해야 했지만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생산비 변동(958.71원 → 1,002.85원)과 원유 수급 상황(172만5000톤 → 169만톤, 2% 감소)을 함께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개편 결과 이번 협상은 생산비 상승분의 0~60%만 반영한 ℓ당 0~26원 범위에서 진행됐다.

당초 협상은 6월 한 달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우유 소비감소, 멸균유 수입 증가, 사료비 상승 등에 따른 농가 부채 증가 및 폐업 농가 증가 등 이해 주체 모두가 직면한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생산자는 협상 최대치인 ℓ당 26원 인상을 요구한 반면, 유업계는 동결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로 인해 협상이 7월 말까지 1개월 연장됐으나, 양측의 견해차가 커 협상에 진척이 없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중재안을 제시하며 양측을 적극 설득했고, 생산자와 유업계는 어려운 물가 상황, 음용유 소비 감소 등 산업 여건을 고려해 상생하는 차원에서 우유, 발효유 등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는 음용유 가격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 원유가격은 생산비 하락에 따른 2016년 인하(18원) 이후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 지속 인상됐으나, 제도개편으로 생산비 상승 상황에서도 가격이 최초로 동결된 것이다. 

이와 함께 치즈,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하는 가공유 가격은 현재 ℓ 887원에서 5원 인하했다. 협상 이후 정부가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원유가격이 동결됨에 따라 서울우유, 매일, 남양 등 유업체도 흰우유 가격을 동결할 계획이므로 소비자가격은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올해는 흰우유 가격 상승에 따른 카페라떼 가격 인상 등 소위 ‘밀크플레이션’으로 지칭되는 우유 관련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우려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조정된 원유가격은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원유가격 협상과 함께 진행된 용도별 원유의 구매량을 결정하는 협상에서는 마시는 용도의 음용유를 9000톤 줄이는 대신 가공유를 9000톤 늘려 유제품 소비구조 변화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협상 결과를 보면 당초 정부가 의도했던 대로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소비 변화(음용유 감소, 가공유 증가)를 반영해 생산구조를 개편하고 자급률을 높이는 데 점진적으로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결정된 용도별 구매량은 내년 1월부터 2년간 적용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낙농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국산 유제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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