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무순위 청약에 청약홈 서버 폭주
사상 초유 청약 일정 '연장, 또 연장' 파문
수 억 거래 전 단계 '청약'…관리 체계 미흡
[미디어펜=조성준 기자]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9일부터 전국을 휩쓴 '로또 청약' 광풍에 별도 규정 없이 접수 기한을 2차례나 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억 원이 오가는 아파트 청약에 대한 규정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와 해당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부동산원이 사안의 엄중함을 도외시한 채 상황에 따른 유동적 판단을 한 것이어서 파문이 일 전망이다.

   
▲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은 지난 29일 소위 '로또청약' 3건을 하루에 접수하면서 사이트 마비 증상을 겪었다. 이에 당일 오후 11시까지 접수 연장에 이어 다음날인 30일 오후 5시30분까지 2차 연장을 고지했다./사진=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캡처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은 29일 오전 9시부터 래미안 원펜타스 일반공급,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호반써밋 목동 취소후 재공급 청약이 진행됐다.

하지만 청약홈은 29일 오전 9시부터 청약 대기자가 몰려 서버가 폭주하자 사이트 공고를 띄우며 대기 시간과 대기 인원 수를 안내했다.

29일 세 개의 로또 단지 청약이 한 번에 진행되면서 청약홈 사이트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청약 대기자들이 청약 홈에 접속한 오전 10시 경 해당 사이트는 약 25만 명의 대기자와 70시간의 예상 대기 시간을 고지했다.

청약홈 사이트는 수 시간이 흐른 오후 1시가 넘어서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청약 대기자들은 사이트 접속이 되자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청약 대기자는 "오전부터 청약홈 접수를 시도했지만 오후까지 접속이 되지 않았다"며 "일반청약을 노리는 입장에서 무순위 청약 폭주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약 대기자들은 "무순위 청약을 노리고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사이트 접속을 시도했다"면서 "원칙이 당일까지면 당일까지로 해야지 민원 많다고 봐주면 하루 종일 시도해서 끝까지 한 사람만 바보네"라고 지적했다.

서버 폭주는 예상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소위 '로또 청약'이라고 불리는 서울 2곳,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1곳 청약이 29일 하루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인근 시세 대비 약 20억 원, 동탄역 롯데캐슬과 호반써밋 목동은 약 5~10억 원의 안전마진이 붙는 곳들이다.

특히 동탄역 롯데캐슬은 약 10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주택보유여부·거주지 제한 등이 아예 없어 전국의 모든 국민이 넣을 수 있어 청약 폭주의 주 원인이 됐다.

이에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은 29일 오후에 당일 오후 11시까지 청약 접수기한을 연장한다고 고지했다.

이는 사이트 마비에 따른 임시 조치로 풀이된다. 청약홈은 이마저도 소화가 되지 않아 결국 다음날인 30일 오후 5시30분까지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과 청약을 연장했다. 간접 피해를 받은 춘천 아테라 에듀파크 특별공급은 31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 지난 29일 오전 10시 경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사이트가 접속자 폭주로 사이트 마비 증상을 겪는 모습./사진=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캡처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어제(29일)부터 3개 (로또 청약) 단지 포함해서 총 10개 단지가 접수됐다"면서 "워낙 3개 단지 인기가 많다 보니까 나머지 7개 단지 청약 대기자들이 피해를 받을까봐 (접수 기한을) 연장했고, 현재 문제 없이 접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부동산원이 명확한 규정 없이 자의적 해석에 의해 청약 기한을 연장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청약 연장을 할 수 있는 규정은) 없고, 사업 주체하고 어느 정도 협의를 해서 청약 신청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결정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약 기한을) 하루 연장한 것은 이 사안이 무순위청약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을 예상해서 하루 연장했다"며 "주택 소유 여부나 청약 통장도 상관없고 거주지도 무관하고, 시장의 편의를 위해 했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청약 폭주를 미리 예상할 수 있지 않았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대비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반응이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관계자는 "기존에 이미 청약 접수 폭주를 예상해서 서버를 확보했지만 하루 아침에 몇 백만 명씩 일거에 접속을 하다 보니 대기 상태가 이루어졌다"면서 "서버를 무한정 늘릴 수 없는 것이어서 지연 상태를 조금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보통 설 명절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정체현상이 발생하는 것 처럼 일시적인 현상이고, 현재는 신청을 원하는 시민들께서는 다 신청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30일 오후 5시30분까지 연장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은 최소 수십만 대 일 내지 백만 대 일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과거에 로또 청약의 경우 20~30만 대 일 경쟁률을 보이곤 했다"면서 "이번에는 특정 단지에 한해 최대 백만 대 일 경쟁률을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청약 제도는 엄연히 금전 계약의 전 단계로 법과 규정에 의거해 원칙대로 운용돼야 한다"면서 "수요가 많이 몰렸다고 청약 일정을 조정한다면 다음에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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