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여자탁구 간판스타 신유빈(세계랭킹 8위·대한항공)이 눈물 드라마를 썼다. 일본의 히라노 미우(세계 13위)와 대접전 끝에 감격적인 승리를 따내고 4강에 올라 두 번째 올림픽 메달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신유빈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히라노 미우를 풀게임 끝에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으로 꺾었다.

   
▲ 신유빈이 힘겨운 승부 끝에 4강 진출에 성공하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국제탁구연맹 공식 SNS


앞서 혼합복식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과 짝을 이뤄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신유빈은 이제 여자 단식에서 1승만 더 올리면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 탁구에서 단식 메달을 딴 것은 20년 전인 2004 아테네 대회 유승민(현 대한탁구협회장)의 남자 단식 금메달과 김경아의 여자 단식 동메달이 마지막이다. 신유빈이 20년 만에 한국탁구 올림픽 단식 메달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신유빈의 준결승 상대는 중국의 강호 천멍(세계 4위)이다. 천멍은 이날 8강전에서 소피아 폴카노바(23위·오스트리아)를 4-0으로 완파했다. 천멍은 지금은 세계 1위 쑨잉사에게 에이스 타이틀을 넘겨줬지만,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던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다.

신유빈은 지난 3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8강에서 천멍과 한 차례 맞붙어 1-4로 진 바 있다. 신유빈이 천멍을 꺾고 결승에 오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패해도 3-4위전에서 동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

신유빈은 이날 맞대결한 히라노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 맞대결에서 히라노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고, 당시 한국은 일본에 1-3으로 져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날 설욕을 다짐하고 나선 신유빈은 1~3게임을 내리 따내 의외로 싱겁게 4강행 관문을 통과하는가 했다.

그런데 게임 스코어 0-3으로 밀린 히라노가 땀에 젖은 유니폼을 갈아입는다며 경기장을 떠났다.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좋은 흐름을 보였던 신유빈은 리듬이 끊겼다.

이후 히라노가 맹반격을 펼쳐 내리 세 게임을 가져가 3-3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 신유빈이 일본의 히라노와 단식 8강전에서 접전을 펼친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두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국제탁구연맹 공식 SNS


분위기가 히라노 쪽으로 넘어가는가 했으나, 신유빈이 다시 집중력을 끌어모으며 힘을 냈다. 마지막 7게임에서 초반 연속 4포인트를 올려 앞서갔다. 히라노가 빠르고 적극적인 공격으로 추격해왔고, 신유빈은 몇 차례 범실을 범해 역전 당했다. 8-9로 뒤지고 9-10으로 매치 포인트까지 몰렸던 신유빈이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듀스를 만들었다.

두 차례 듀스 접전 끝에 히라노의 공격이 두 번 연속 네트에 걸리면서 신유빈의 승리와 4강행이 확정됐다.

얼마나 힘든 승부였으면, 신유빈은 이기고 나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안도와 기쁨의 눈물이었다. 대역전극 문턱까지 갔다가 패퇴한 히라노도 눈물을 펑펑 흘렸다. 아쉬움과 분한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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