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집안싸움이지만 양보는 없었다. 한국 선수들끼리 맞붙은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찐승부'가 펼쳐진 끝에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이 이변을 연출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세계 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은 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공항) 조(세계 2위)와 대접전 끝에 2-1(21-16 20-22 23-21)로 이겼다.
|
|
|
▲ 한국 선수들끼리 대접전을 벌여 김원호-정나은 조(왼쪽)가 승리를 거둔 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공식 SNS |
김원호-정나은은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한 채 금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서승재-채유정은 3-4위전으로 향해 동메달을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일전을 벌인다.
결과는 이변이라 할 만하다. 세계랭킹에서 김원호-정나은이 뒤질 뿐 아니라 상대 전적에서도 5번 싸워 서승재-채유정에 모두 패했다. 이번 대회 조별예선에서도 김원호-정나은은 1승2패로 부진해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득실차로 간신히 8강에 오른 반면 서승재-채유정은 조별예선을 3연승으로 가볍게 통과했다.
|
|
|
▲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한 김원호-정나은. /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공식 SNS |
이변의 원동력은 투혼과 호흡이었다. 김원호-정나은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했다. 스매시 하나하나에 온힘을 쏟았고, 어려운 수비를 해내느라 몸을 날렸다. 장시간 접전이 이어지자 3번째 게임 도중 김원호는 구토까지 할 정도였다. 이렇게 온몸을 불살라 결승에 진출하고 은메달을 확보함으로써 '병역미필' 김원호는 병역 혜택도 확정했다.
전망을 뒤엎고 김원호-정나은이 첫 게임을 잡으면서 이변이 예고됐다. 2게임에서는 서승재-채유정이 앞서나가자 김원호-정나은이 따라붙어 듀스를 만들었다. 김원호의 범실과 서승재의 드롭샷 성공으로 서승재-채유정이 이겨 승부를 마지막 게임으로 넘겼다.
3게임은 명승부였다. 서승재-채유정이 10-5로 앞섰지만 김원호-정나은이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10-10 동점 추격을 했다. 이후 대단한 시소게임이 이어졌고 김원호는 거친 호흡 속 메디컬타임을 요청해 의료진으로부터 받은 주머니에 구토를 하기도 했다. 듀스로 넘어간 승부에서 김원호-정나은이 끈질기게 공격과 수비를 해 결국 투혼의 승리를 따냈다.
|
|
|
▲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 집안싸움에서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하게 된 서승재-채유정. /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공식 SNS |
결승에 오른 김원호-정나은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이용대-이효정의 금메달 이후 16년 만의 혼합복식 금메달에 도전한다. 상대는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이다. 김원호-정나은은 예선에서 정쓰웨이-황야충에게 0-2로 완패한 바 있어 설욕을 해야 한다. 결승전은 2일 밤 10시 30분 열릴 예정이다.
서승재-채유정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의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 조와 맞붙는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