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보다 조기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용시장의 냉각 조짐에도 금리인하를 미루면서 경기침체 공포를 키웠다는 ‘금리 실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수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조기에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급격히 냉각되며 연준의 금리 실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이 이상적인 ‘골딜록스(Goldilocks·물가안정 속 성장)’을 지향하다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연준의 ‘9월 금리인하’는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인하폭도 ‘빅컷(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수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기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8월부터 10월까지 2회에 걸쳐 각각 0.25%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이 이미 너무 늦었는데, 9월 빅스텝까지 6주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시장의 급격한 약화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고용이 흔들리며 소비자들의 소득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마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다면 기업과 소비자, 투자자들의 심리가 냉각되며 미국 경제가 빠르게 추락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 증가폭은 11만4000명으로 시장 전망치인 18만5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 6월 취업자수 증가폭도 기존에 발표됐던 20만6000명에서 17만9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은 고용냉각 조짐에도 금리인하를 미적대는 바람에 경기침체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시장에선 당장 9월 연준이 빅컷으로 대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은이 미국보다 금리를 조기에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한은 내부에서도 “미약한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조원 넘게 증가하며 3년 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전월 말(708조5723억원) 대비 7조1660억원 늘었다. 2021년 4월(9조2266억원)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을 견인한 것은 주택담보대출로,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552조1526억원에서 7월 말 559조7501억원으로 한 달 사이 7조5975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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