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통령 고유권한 건드릴까봐 '직접 거론' 삼가
친한-친한, 대리전 양상…민주당, 경계하면서 통합·포용 분위기
야권 잠잠해지면서 여권 '자중지란 갈등' 봉합될지 주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지난 8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포함시켰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주 사면 대상자로 복권시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연임이 확실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윤 대통령 간의 서로 다른 셈법이 주목된다.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해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인쪽은 한동훈 대표다. 직접적으로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는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인 핵심 보수 지지자들을 대변해 결집하며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친한계 인사들은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대통령실에 여러 경로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으나,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친한계를 중심으로 한 여당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 출국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경수 전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 2024.6.14 /사진=연합뉴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사태가 당정 갈등으로 또 번지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한 대표 본인이 공식적으로,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김 최고위원 또한 라디오에서 "대통령 권한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이 최종) 결정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한 대표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또다른 친한계 진종오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 전 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사건"이라며 "우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이라며 "한 대표 역시 다음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분이고, 이재명 전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여권의 이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없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들 목소리를 통해 "사면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절차가 남아 있어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최종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전하고 있다.

특히 여권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윤 대통령의 김 전 지사 복권은 야권 분열과 기존 '판 흔들기' 의도가 다분하다"며 "이재명 vs 한동훈이라는 현재의 1대1 대결구도가 김경수 복권을 계기로 다자구도로 전환될 것이고, 이에 따라 정국 포커스가 오히려 불투명해는 것을 바라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대표가 대놓고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개입하려는 '복권 반대' 입장에 대해 대통령실은 좋게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한 대표의 대권 가도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에선 윤 대통령의 '김경수 복권' 카드에 대해 경계 기류가 읽히지만, 통합과 포용을 강조하면서 당내 후폭풍 차단에 나서는 분위기다.

측근 관계자 목소리를 통해 지난 주말 사이, 이재명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직접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내 계파 갈등의 여지를 사전에 없애려는 취지로 읽힌다.

이 전 대표도 10일 민주당 전국당원대회 경기지역 경선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직간접적으로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제가 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며 "김 전 지사의 복권 문제는 영수회담 당시 공식 의제로는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여권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통해 뭔가 대단한 야권의 파란이 일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현재는 잠잠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여권에서) 자중지란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은 현재로선 사실상 발표만 남아 있다. 김 전 지사가 복권된 후 어떤 정치 행보를 걸어갈지, 국민의힘·민주당·대통령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