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의 완성차 브랜드 포드와 중국의 CATL의 IRA(인플레이션 방지법) 우회책이 결국 현실화 됐다. 포드가 LFP(리튬, 인산, 철)배터리에서 CATL의 손을 잡으면서 중국 기업의 IRA 견제책에 대한 돌파구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이 하락한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전략적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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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포드 익스플로러/사진=포드코리아 |
2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포드는 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LFP 배터리 생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북미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포드는 지난해 2월 CATL과의 협업으로 미국 미시간주에 35억 달러(약 4조5000억 원)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주요 중국 견제 정책인 IRA를 우회하기 위해 전략적 기술 제휴라는 명목을 앞세운 것이다.
해당 계약을 포드가 공장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CATL은 공장 지분이 아닌 배터리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장 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해당 방식은 IRA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IRA는 규정상 전기차 세액공제를 위해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된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간 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해야 한다. 해외 우려기업이 만든 배터리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여기서 해외 우려기업은 중국 기업을 뜻한다. 해외 우려기업은 중국 자본 지분율이 25% 이상인 기업이다.
이번 포드와 CATL의 기술제휴로 인해 포드는 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금 유치에 유리해졌다. 동시에 CATL은 기술제휴를 통한 로열티를 지급 받게된다.
업계에서는 포드가 CATL의 LFP배터리를 택한 이유에 대해 향후 생산할 전기차 라인업에 LFP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포드는 전기차 성장 둔화가 나타나기 앞서 대중화 전략을 고려하고 있던 브랜드다. 최근 보급형 전기차가 시장에서 주류인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CATL과의 협업을 계획대로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의 기술제휴는 당초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심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CATL의 IRA 우회에 대해 법안 발의를 추진했다.
루비오 의원은 "IRA 세액 공제 자격을 제한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며 "양사의 계약이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배터리 의존도를 심화시킬 것이며 공장이 IRA 세액 공제를 염두에 두고 설계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배터리 생산이 사실화되면서 국내 3사 배터리들도 북미 공략에 대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전기차 성장둔화세가 이어지면서 LFP배터리를 선택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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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사진=SK온 |
다만 NCM(니켈, 코발트, 망간)과 같은 삼원계 배터리의 경우 국내 3사의 영향력은 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적인 면에서 LFP배터리가 현재는 주목받고 있으나 함께 양익이라고 불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파트너십도 전략에서 중요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드는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밝히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과의 협업 지속 가능성을 비췄다. 포드는 머스탱 마크-E 모델에 사용되는 배터리 일부의 생산을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SK온과의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 1공장에서는 내년 2~3분기 사이 E-트랜짓 전기트럭과 F-150 라이트닝 모델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ATL과 국내 3사를 함께 파트너로 삼은 포드의 전략은 시장 변화에 유연한 대응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변화에 따라 전략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투 트랙'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LFP배터리에서 국내 3사가 후발 주자이긴 하나 양산이 시작됐을 때 기술력을 바탕으로 LFP배터리에서도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글로벌 점유율에서 CATL과 BYD 등의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국내 3사의 LFP배터리 양산 시점에도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에서 국내 3사는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한 22.1%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드도 시장 상황에 따른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LFP배터리에서는 파트너를 CATL로 선정한 것"이라며 "완성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한 기업에서만 파트너십을 운영하지 않고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보험을 들어 놓는데 NCM배터리의 경우 한국의 배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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