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대표 비서실장, 전화·대면 수시 접촉 이어가며 실무 의제 조율
한동훈 "회담 공개했으면 좋겠지만 생중계 때문에 못 만날 일 아냐"
양당 대표 '필요'에 의해 대표회담 대두…무산 가능성은 낮아
[미디어펜=진현우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회담을 두고 26일에도 회담 생중계 여부 등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날까지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채상병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압박했지만 한 대표는 "여당을 분열시키려는 포석"이라며 거부했다. 곳곳에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것을 두고 민주당은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양 대표의 '필요'에 의해 대표회담이 조율되고 있는 만큼 회담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신경전이 길어질 경우 기약없는 표류가 이어질 전망이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사진 왼쪽)가 2024년 8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024년 8월 2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과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수시로 전화나 대면 접촉을 이어가며 대표회담 의제를 놓고 실무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회담 협상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영역은 대표회담의 생중계 여부다. 그동안 대표회담 생중계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한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담의 전부를 국민에게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회담의 전제로서 그것을 주장하는 건 아니"라며 기존의 입장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이후 출입 기자들과 가진 차담회에서도 "(회담을)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생중계 때문에 못 만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우리 당은 회담의 본질과 의제에 집중을 하자고 계속 이야기해왔다"며 "이제라도 양보할 뜻을 밝힌 것은 다행이지만 굳이 생중계를 고집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대표가 과거 전당대회에서 밝혔던 대법원장 추천 등 제3자 제안을 토대로 한 채상병특검법 발의 시한을 이날까지로 설정하고 압박을 이어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로 취임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10명의 국회의원을 구하지 못해서 법안 발의를 못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며 "일국의 집권 여당 대표가 그 정도 능력조차 없는 바지사장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이날 차담회에서 "우리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처럼 당 대표 한마디에 고개 숙이는 게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민주당은 훨씬 더 위헌성이 강한 법안을 던져놨는데 정치 게임으로 봐서 여권의 분열 포석을 두려는 것"이라고 사실상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안국역 등 서울지하철 역사와 전쟁기념관 등지에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는 것을 두고 정부·여당을 향해 '친일' 공세를 이어갔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이른바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에 이어 민주당 지도부는 진상조사 특별위원장에 김병주 최고위원을 선임했다.

이에 대해 김연주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일부 노후화된 시설물의 교체 과정을 놓고 '독도 지우기'라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광우병, 사드 배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와 연관한 선전·선동도 모자라 이제는 독도를 지우려 한다는 괴담을 퍼트리는 의도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 이후 인천 소재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측은 현재 이 대표의 퇴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현재 확진자에게 '주요 증상 호전 후 24시간 경과 시까지 격리 권고'로 방역지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경우 고령(60세 이상)에 따른 '고위험군'인 만큼 격리 기간을 정부 지침보다는 길게 가지고 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과 주요 분야를 두고 대표회담이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대두되지만 회담 자체가 한동훈·이재명 두 대표 간 필요에 따른 결과물인 만큼 쉽게 무산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회담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만일 무산이 됐을 때에는 사실은 무산시킨 쪽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쉽게 대표회담이 취소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협상에서는 이른바 '밀고 당기기'가 기초"라며 "앞으로도 여야 간 밀고 당기는 협상이 계속 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