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빅4 상반기 재고자산, 지난해보다 8500억 늘어
상반기 차입금 규모 50조 원 육박…이자부담 갈수록 증가
가동률 조정·설비 매각 검토…투자 속도 조절로 위기 관리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수요 부진으로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제품 판매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는데 신사업 관련 투자 확대로 인해 차입금도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고 안정화에 나서는 동시에 투자 속도도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제공


◆수요 부진에 재고자산 ‘쑥’…차입금도 늘어나

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빅4(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7조15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조2984억 원보다 8532억 원(13.5%) 증가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롯데케미칼이었다. 롯데케미칼은 3조792억 원의 재고자산을 기록해 지난해 만 2조8017억 원보다 2775억 원(9.9%) 늘어났다. 이어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재고자산 2조6147억 원을 보여 지난해 말 2조2040억 원보다 4107억 원(18.6%)이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8661억 원의 재고자산으로 지난해 말 7456억 원 대비 1205억 원(16.2%) 늘었고, 한화솔루션도 기초소재 부문 재고자산 591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말 5417억 원보다 499억 원(9.2%) 증가했다. 

올해 들어 석유화학업계의 재고자산이 늘어난 이유는 수요 부진 때문이다. 통상 업황이 살아났을 때에는 제품을 생산하면 바로 판매가 이뤄져 재고자산이 줄어든다. 하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부진이 장기화됐으며, 이로 인해 제품을 생산해도 판매가 더뎌 재고가 쌓이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의 자급률 상승 영향이다. 중국에서는 석유화학 생산설비 증설을 이어오면서 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사실상 자급률 100%를 달성한 상태다. 결국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중국 수출길이 좁아지면서 재고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재고의 경우 제품 가격 등락에 따라 재고평가손실로 잡힐 수 있어 재고가 늘어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며 “제품과 원료를 보관하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도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재고자산이 쌓이는 가운데 차입금 규모도 증가했다. 석유화학 빅4의 상반기 기준 차입금 규모는 49조31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41조8995억 원보다 7조4110억 원(17.7%)이 늘어난 수치다. 

LG화학은 상반기 차입금 24조8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21조9000억 원에서 2조9000억 원(13.2%)이 증가했다. 한화솔루션도 12조4942억 원의 차입금을 기록해 지난해 9조3499억 원보다 3조1443억 원(33.6%)이 늘어났다. 

롯데케미칼도 11조827억 원의 차입금을 보이면서 지난해(9조8278억 원)보다 1조2549억 원(12.8%) 늘어났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9336억원으로 지난해(8218억 원)보다 1118억 원(13.6%) 증가했다. 

업황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이차전지 소재·친환경 등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차입금 규모가 커지게 되면 이자 부담도 확대되면서 경영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동률 낮추고 투자 속도 조절 나서

결국 석유화학업체들도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먼저 재고자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동률 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생산이 많은 범용재에 대한 가동률을 낮춰 재고자산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국에서 생산하지 않거나 자급률이 낮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해서는 유연한 생산전략을 가져갈 예정이다. 

또 수익성이 떨어지는 설비에 대해서는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내 생산기지 LC타이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차입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투자 속도도 조절한다. LG화학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4조 원에서 3조 원대로 줄일 방침이다. 충북 청주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라인 양산 계획을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미룬다.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공장과 모로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관련 투자도 늦추기로 했다. 이차전기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의 경우 사업 확장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투자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올해 약 3조 원 규모 투자를 집행할 예정인데 내년에는 이를 40% 줄여 1조7000억 원으로 투자 계획을 설정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중동에서도 석유화학 제품 생산이 늘어날 예정으로 석유화학업황이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석유화학업체들도 버티지 못하고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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