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BO리그에서 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두 외국인투수가 미국으로 돌아가 똑 같은 아픔을 겪었다. 메이저리그 복귀 기회를 얻어 나름 괜찮은 피칭을 했지만 곧바로 양도지명(DFA) 처리됐다. 

전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전 삼성 라이온즈 데이비드 뷰캐넌이 잇따라 이런 신세가 됐다. 모두 신시내티 레즈 구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고 각각 9년, 6년만에 메이저리그 복귀 등판을 했던 뷰캐넌(왼쪽)과 켈리. 둘은 모두 양도지명 처리됐다. /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신시내티 구단은 2일(이하 한국시간) 뷰캐넌을 양도지명(DFA) 명단에 올렸다. 메이저리그는 9월부터 확장 로스터가 시행돼 2명의 선수를 추가로 엔트리에 등록할 수 있다. 신시내티는 이날 외야수 제이크 프레일리, 투수 브렌트 수터, 브랜던 윌리엄슨 등 3명을 등록했다. 대신 뷰캐넌을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DFA 명단에 올렸다.

방출 대기 신분이 된 뷰캐넌은 다른 팀의 영입 제의를 받지 못하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거나 자유계약선수(FA) 선언을 할 수 있다.

뷰캐넌은 전날(1일) 빅리그로 콜업돼 곧바로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등판했다. 신시내티가 0-3으로 뒤진 4회 마운드에 올라 3⅓이닝 동안 58개의 공을 던졌고,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뷰캐넌이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선 것은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이던 지난 2015년 10월 5일 마이매미 말린스전 이후 근 9년 만이었다.

괜찮은 피칭을 했기에 뷰캐넌은 메이저리그에서 몇 차례 더 등판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였지만, 9년 만에 맛본 메이저리그 생활은 단 하루만에 끝나고 말았다. 뷰캐넌의 향후 거취는 불투명해졌다.

뷰캐넌은 2020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삼성의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매년 10승 이상을 올리며 통산 113경기에서 699⅔이닝 투구 54승 28패 평균자책점 3.02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삼성은 올 시즌 뷰캐넌과 동행을 원했지만 뷰캐넌은 계약 조건이 맞지 않자 재계약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필라델피아와 마이너 계약을 하고 트리플A에 머물다 지난 8월 28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됐다. 신시내티는 뷰캐넌에게 빅리그 복귀 기회를 주더니, 다음날 바로 DFA 처리했다.

   
▲ 각각 삼성과 LG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뷰캐넌(왼쪽)과 켈리. /사진=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SNS


앞서 켈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켈리는 올 시즌 도중인 지난 7월 LG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다. 2019년 LG에 입단한 켈리는 6시즌동안 163경기 등판해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LG의 통합우승에도 한 몫을 담당했으나 이번 시즌 구위 저하로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의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LG는 고심 끝에 켈리와 결별하고 새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켈리는 신시내티와 마이너 계약을 하고 아버지 팻 켈리가 감독을 맡고 있는 신시내티 산하 트리플A팀 루이블 배츠에서 뛰었다. 그러다 지난 8월 25일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로 콜업됐다. 당일 곧바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 구원투수로 투입돼 6년만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3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켈리는 세이브를 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후 켈리는 29일 오클랜트 애슬래틱스전에도 등판했는데 2⅓이닝 동안 홈런 1개 등 안타 5개를 맞고 3실점하며 부진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30일 DFA 명단에 올랐다.

켈리는 FA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1일 트리플A 루이빌로 돌아가 아버지 품에 다시 안기는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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