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참여 범위를 자산운용사와 은행 및 보험사 등까지 확대하고, 할당 취소 배출량 기준을 50%에서 15%로 줄이기로 했다. 기업이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 잉여 배출권을 판매해 일종의 부당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
|
|
▲ 환경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4일부터 10월 1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업체에 배출권(배출허용량)을 할당하고, 배출권 잉여업체와 부족업체 간 거래를 허용함으로써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를 효율적으로 유도하는 비용효과적 감축 방법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5년 도입됐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배출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기존 할당대상업체, 시장조성자 및 배출권거래중개회사에서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와 은행 및 보험사, 기금관리자 등까지 확대한다. 향후 개인도 배출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기존과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의 위탁 매매가 허용된다는 것"이라며 "위탁 운영 시스템 자체 틀은 증권 시스템 위탁 운영 시스템과 거의 동일하기 대문에 향후 개인이 증권회사 계좌를 가지고 위탁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으로 '배출권거래중개회사'가 시장참여자를 대신해 배출권 거래와 거래 신고, 계정 등록 등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해당 회사가 갖춰야 할 구체적인 요건과 역할, 준수사항 등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시장참여자 범위 확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배출권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막기 위해 환경부 장관이 금융감독원 협조를 받아 시장참여자 배출권 거래 관련 업무와 재산 상황 등을 검사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됐다.
아울러 배출권 거래가격의 안정적 형성을 위해 시장안정화조치 기준 일부를 최신 가격 상황을 더욱 유연하게 반영하는 기준으로 개정·보완한다.
이와 함께 그간 언론과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됐던 배출권 할당 취소 규정도 손본다.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기업 배출량이 할당량의 50% 이하로 감소하는 경우에만 정부가 기업에 할당된 배출권을 취소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도 배출량이 줄어들면 남는 배출권을 판매해 일종의 부당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기업의 감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할당 취소 배출량 기준을 할당량 50%에서 15%로 상향해 정부의 배출권 할당 관리를 강화했다. 다만 할당 취소 규정 강화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배출량 감소 정도에 따라 구간을 나눠 할당 취소량을 달리 정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자발적 배출권 할당대상업체의 세부 요건과 온실가스 검증협회의 허가 요건 및 업무, 배출권거래법에서 위임한 과태료 부과의 세부기준 등 위임사항을 규정했다. 검증기관의 유효기간과 검증심사원의 전문 분야 등 고시로 정한 사항을 상향 입법해 법령의 명확성을 높이고자 했다.
환경부는 해당 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공포한 뒤 내년 2월 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영석 기후변화정책관은 "이번 개정안 핵심은 배출권 할당 관리를 강화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배출량을 감소토록 제도를 개선하고, 배출권 시장을 금융시장처럼 개방적이고 활성화된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며 "환경과 금융을 연계한 배출권 시장이 기업이 기후기술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탄소가격의 적정한 신호를 제시하고, 나아가 새로운 탄소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