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우리은행이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나선 가운데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삼성생명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따른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권이 전방위로 대출을 조이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대출절벽’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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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이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나선 가운데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삼성생명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사진=김상문 기자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오는 9일부터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구매 목적 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나선 가운데 농협은행도 오는 6일부터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중단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으로 이같은 조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의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에 대한 생활안정자금도 1억원으로 제한한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등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임대인 소유권이전, 선순위채권말소(감액), 주택처분조건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모기지보험 상품(MCI·MCG) 가입도 제한해 사실상 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인데,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삼성생명도 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담대를 제한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 주택구입 자금 목적의 대상자를 기존 ‘무주택 또는 1주택’에서 ‘무주택 세대’로 변경하고, 최장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했다. 임차보증금 반환이나 기존 대출 상환 목적이 아닌 생활안정자금의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한다.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에선 삼성생명이 처음으로 유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제한 조치에 동참했다. 삼성생명은 전날부터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 주택 구입 자금을 제한한다는 공문을 각 영업점에 통보했다. 은행에서 막힌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금융권 전반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전방위로 대출문턱을 강화함에도 대출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며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3년 4개월 만에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4조617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8조3234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은 이달 가계대출 추이를 살펴보고 향후 관련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달부터 시행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도 가계대출 증가폭이 꺾이지 않을 경우, DSR 적용범위 확대나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규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한두 달 사이의 증가세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추가적인 시장 개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 적절한 수준의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DSR 규제 하나만으로는 될 수 없고 9월 이후에도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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