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와 금융권·주택시장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빚어진 일련의 현장 불만을 진화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목적별로 제각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가계대출 관리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은행권에 당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추석 연휴 전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지겠다는 입장인데, 어떤 대안을 마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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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와 금융권·주택시장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빚어진 일련의 현장 불만을 진화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목적별로 제각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가계대출 관리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은행권에 당부하겠다고 밝혔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이 원장은 4일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관련 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소비자들께서 대출정책이 너무 급작스럽게 예측 못하게 진행됨으로써 대출 여부가 달라지거나 범위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오히려 대출이 필요한 사람한테는 부작용이 있고, 원하는 가계대출 억제 효과는 없는 것이 아닌지 많은 지적이 나와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가계대출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도 상황을 점검해야 겠다"면서 "은행들이 지금 하고 있는 대출 정책들이 효과적이면서도 실수요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론이 무엇이 있을지 중지를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기계적으로 규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당장 은행에서 가계대출 급증 추이를 막기 위해 보기에 따라 상품 운영이 들쭉날쭉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지만 은행 자체적으로 합리적인 기준들을 맞춰야 소비자들도 좀 혼선이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강화 조치 이전 이미 대출상담 또는 신청이 있었거나 주택거래가 확인되는 차주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신규 공급액이 9조 5000억원 급증한 데 대해서는 은행의 관리 방향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과 은행들의 연이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비롯된 '패닉바잉'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급증했는데, 위험관리에 나서야 할 은행들이 부동산 자산 쏠림현상을 묵인했다는 시각이다.
그는 "은행의 위험관리 차원에서 특정 자산에 쏠림이 나타나는 건 가계대출도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행지표가 있었을텐데 과연 그걸 까맣게 몰랐을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한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대폭 인상하지 않는 이상 가계대출을 제어하기 어려운 만큼, 당국이 사전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행 경영진 발본색원 의지 있나"
이 원장은 이날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일가에 대한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건에 대해서도 다시금 현 지주·은행 경영진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우선 손 전 회장의 친인척 일가 부당대출 건에 대해서는 현 경영진의 사태 대응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이 원장은 "말도 안 되는 회장 관련 대출이 일어나고 부실까지 일어나게 된 건 과거의 일이긴 하다"면서도 "일을 대하는 방식 등을 볼 때 과연 그런것들을 정말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문화 내지 서로 나눠먹기 문화 등이 있다고 조직의 개혁의지가 혹시 없는 건 아닌지, 그런 측면에서 법률적 의미의 제재가 됐건 아니게 됐건 최근 매니지먼트(management)의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말씀 드린 것이다"고 비판했다.
최근 금감원이 우리금융 정기검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 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금융사 정기검사는 통상 2~3년 주기로 해야 하는데, 당국은 ELS 사태와 검사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검사를 내년 초께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에 이어 최근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가 거론되면서 정기검사의 '트리거(trigger)'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리금융은 부당대출에 따른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 생보사 인수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전혀 고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도 언론들의 보도 전까지 전혀 몰랐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회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생보사 인수가 '검토 중이다' 정도로만 알았지 그날 그런 내용으로 계약이 치러진다는 건 신문보고 알았다"며 "인허가 문제가 있다 보니 어떤 리스크가 있는 지에 대해 금융위나 감독원과 소통했어야 하는데, 그런 소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기검사 시기가 도래한 데다 지주 전체의 리스크를 보기 위한 절차라는 점을 강조하며, 검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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