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사모펀드와 손잡고 지배력 강화 의지
사모펀드 자금 투입 시 고려아연 신사업 투자 지연 우려
정치권은 물론 고려아연 내부에서도 공개매수에 반발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영풍이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부터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지분을 확보한 뒤 고려아연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경영에 참여하게 될 경우 신사업에 대한 투자 축소는 물론 국가 기간산업을 외부 자본에 매각하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사진=각사 제공


◆MBK 해명에도 불거지는 고려아연 장악 의도

19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MBK 파트너스와 함께 지난 13일부터 고려아연 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1주당 66만 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지분을 최소 7%에서 최대 14.6%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영풍과 장형진 고문 측 일가는 고려아연의 지분 33.1%를 보유 중이다. 이번에 공개매수가 성공하게 된다면 지분은 40.1%에서 47.7%까지 늘리게 된다. 

MBK 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훼손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은 “장 고문은 오너 등 주요 주주들은 주주로 남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MBK 파트너스를 통해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바꾸자고 한 게 이번 거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분 7% 정도만 확보하면 충분히 최대주주로서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에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며 “우리가 봤을 때 회사가 재무적 건정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투자 관련 의혹들도 있어 이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는 이들의 지분 매입에 대해 장 고문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 우호적인 지분을 확보해왔고,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 참여에서 점점 멀어졌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독립경영 체제에 돌입했는데 이사회에도 장 고문을 제외하면 모두 고려아연 측 인물로 구성돼있다. 

또 양사는 그동안 공동 구매·영업을 해왔는데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경쟁 체제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영풍의 영업력과 구매력 하락이 예상되는 등 경영 어려움이 커지자 사모펀드와 손을 잡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결국 영풍 측에서 원하는 것은 최 회장을 몰아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시 장 고문의 측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될 경우 고려아연이 계획해 높은 신사업 투자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사모펀드는 2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이번 공개매수에 투자해야 하는 만큼 투자금 회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MBK 파트너스는 배당금을 늘려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배당금 지출이 늘어나면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기적으로 사모펀드는 지분을 외부 자본에 매각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도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를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장 고문이 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중국 등 해외에 팔지 않겠다라고 말했지만 국내 기업에는 판매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19일 울산에서 상경해 광화문 MBK 본사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공개매수에 반발, 법적대응 나선 고려아연

영풍의 움직임에 대해 반발 움직임도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고려아연 측에서 MBK파트너스와 장 고문을 포함한 영풍 경영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MBK 파트너스와 공개매수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률 규정을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영풍의 주요 재산인 고려아연의 주식을 MBK에 모두 넘기고 그 이익 또한 MBK가 얻도록 한 것은 상장법인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장 고문 및 영풍의 경영진들은 업무상 배임 등 형사책임과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탈적인 인수합병(M&A) 시도”라며 “자칫 중국 자본과 관련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세계 1위 기업의 기술들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겸 울산 시장도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이란 걸 고려하면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액주주 단체에서도 반대 입장을 제시했다.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고려아연은 한국 상장사 2400개 중 지배구조와 주주 환원율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며 “동학 개미가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도 반대에 나섰다. 고려아연 노조는 19일 MBK 본사 앞에서 공개매수를 철회하라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 측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적대적·악의적·약탈적 공개매수를 고려아연 2000 근로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며 건실한 기업들을 망가뜨리는 MBK파트너스는 더 많은 돈으로 배를 채우기 원하는 약탈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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