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야 대표들이 주장하는 '지구당 부활'에 각을 세우고 나서고 당대표 무용론까지 제기하면서 '차별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래 오 시장은 과거 지구당을 폐지해 금권선거 차단에 나선 '오세훈법'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지구당 부활에 합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묶어서 비판하면서 지구당 부활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8일 BBS 불교방송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여야 대표들이 주장하는 '지구당 부활'에 대해 "찬성하기 어렵다"며 "(지구당 부활을) '정치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스러운 강변"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지구당을 폐지한) 당시에는 각종 부패 스캔들의 원인이 '고비용 정치 구조'에 있다고 판단해 종국적으로 지구당을 없애는 것이 낫겠다고 본 것"이라며 "지구당이 없어지게 되면 이른바 원내 정당화가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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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4 시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 인구 위기 대응을 위한 중앙-지방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4.9.10 /사진=서울시 제공 |
특히 그는 "법이 만들어진 것이 15년 전인데, 후원회를 전부 없애고 했던 것 역시 정쟁지향적인 정치 구조 자체를 없애보자는 의도였다"며 "원래 논의했던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정치개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텐데, 원래 자리로 되돌리면서 '정치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스러운 강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구당 부활론'에 대해 오 시장은 "전당대회 국면에서 나온 말"이라며 "정치개혁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 끝에 나온 정치개혁 방안이 아니라 당내 표를 얻기 위해 일단 공약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날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를 겨냥해 "뉴스 시간에 당대표가 가운데 앉아 있고 옆에 최고위원이라는 분들이 쭉 앉아서 하는 회의 장면이 정치 뉴스에 거의 매일 나오는데 그 자리에서 무슨 바람직한 논의를 하는 장면이 비춰지기보다는 상대 당 공격하는 게 아마 거의 절반 이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안을 만드는 이슈도 아닌데 늘 상대 당을 공격하고 상대 정파를 공격하고 이런 일들이 일상이 돼버렸다"고 우려했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심의 무게 우리의 책임'이라는 글을 올려 "현장 의료진은 여전히 지친 목소리로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의료공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오로지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글에서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정이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현안인 의대증원 문제에 대해 상호 양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 속에서 소신있는 행보를 보인 오 시장이 정치개혁과 관련해 양당 대표까지 함께 비판하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면서, 차기 대권주자 레이스에서 1~2위를 달리는 이 대표 및 한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국회를 장악한 제1당과 집권여당을 각각 상징하는 이 대표와 한 대표를 견제하면서, 지구당 부활 반대를 계기로 전국의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치개혁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오 시장은 지난 18일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분위기로는 양당 대표가 (지구당 부활에) 거의 합의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걱정이 많다"며 "(양당 대표들이) 이를 재고했으면 좋겠다"라고도 당부했다.
오 시장의 승부수가 먹힐지, 또다른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