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오후 친한(한동훈)계 의원 21명과 만나 만찬을 가진데 이어, 7일 전국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공개적인 세력화에 나섰다. 원내외 인사들과 이틀 연속 만나면서 당내 세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앞서 현안인 김건희 여사 및 의대 증원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당정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사실상 시작된 바 있다.
특히 한 대표는 6일 친한계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 믿고 따라달라. 열심히 앞장서겠다"면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만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우려에 "상황을 지켜보자"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7일 본보 취재에 "최근 김 여사와 관련해 보수측 여론이 심각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좀 더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 나서겠다는 복안으로 생각된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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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조경태 의원 등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차로 향하고 있다. 2024.10.6 /사진=연합뉴스 |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 대표적 친한계로 꼽히는 박정훈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친윤계 세력에 대해 "사실 20~30명 밖에 안 된다"며 평가절하하면서도 한 대표 만찬에 참석한 현역 의원 21명과 비교해 친윤계가 우위를 점하는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친한계로 분류되지 않았던 6선의 조경태 의원과 초선의 김재섭, 김건 의원, 윤석열 대통령 참모 출신인 주진우 의원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며 "친윤계라는 건 20~30명밖에 안 되고 어느 쪽으로도 힘을 싣지 않는 중도계 분들이 4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 점점 그분들이 한동훈 대표의 생각과 싱크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친한계의 세력화를 염두에 놓은 발언을 밝혔다.
다만 박 의원은 지난 4일 본회의에서 김여사 및 채상병 등 쌍특검법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최소 4표가 나와 재의결 정족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에 대해 "친한계 의원들 중에는 (이탈표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중립지대 의원 중에서 2표, 개혁신당에서 3표 등 총 5표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대통령 거부권 유지를 뒷받침하는 국민의힘 내부 사정이 녹록치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전날 만찬에 참석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용산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민심 이반이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우려를 공유했다)"며 "앞으로 각종 선거도 있고 당이 주도해 나가야 할 여러 내용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쌍특검법에서 당내 이탈표가 4표 나온 것에 대해서 "민심을 어느 정도 반영한 이탈표가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다"며 "용산(대통령실)과 여당(한동훈 지도부)의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용산 리스크를 여당이 안고 가는 형국에 대한 불만이 드러난 건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 의원 또한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대통령실에서 사과, 제2부속실 설치 등의 조치가 없다면 다음엔 이탈표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보냐'고 묻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인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날 야당의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 "야당은 꿈도 꾸지 말라"며 "저희가 이탈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찍는 경우는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날 본보 취재에 "윤대통령에게 한 대표가 김 여사 의혹 및 의대 증원 등 현안과 관련해 대승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것도 막막한 벽으로 생각된다"며 "어쨌든 당으로서는 국민 시각, 국민 눈높이를 앞으로도 강조하고 촉구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 윤대통령이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또는 제2부속실 설치 등을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정 디커플링으로 인해 거부권 방어선이 무너지기 전에 말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거부권 방어선이라는 둑에 균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봉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