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군 격추 어려워 근본대응책 없는 가운데 생화학무기 담을 가능성 나와
러-우크라 전선에 북한 풍선 투입 정황 포착, 남한 살포로 데이터 축적 추정
“북한 대러 파병·한반도에서 중저강도 도발 병행, 대규모 경제·군사지원 목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한 사실을 25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인정했다.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부상은 “최근 국제 보도계가 여론화하고 있는 우리군대의 대러시아 파병설에 유의했다”면서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정부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가 북한의 파병 의혹을 제기하면서 관련 증거를 제시해왔다. 이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 모두 부인해오던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먼저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해 사실상 파병을 인정했고, 뒤이어 북한도 파병을 시인한 것이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 특수부대 1500여명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파병돼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조만간 북한군의 2차 수송작전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북한군 장성 3명 및 장교 500명을 포함해 1만2000명이 러시아에 파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북한군 파병을 시인하면서 앞으로 전선에서 북한군의 과감한 활동이 전개될지 주목된다. 2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한군 수천명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도착했다. 러시아 남서부 지역인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6일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접경지역이다.
 
NYT는 복수의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23일 첫 번째 북한군단이 6400여㎞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해 쿠르스크에 도착한 이후 매일 수천명이 도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고위당국자는 28일까지 최대 5000명의 북한군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전세계가 주시하는 이유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단순히 총알받이로 끝날 수도 있지만, 수세대만에 벌어진 유럽 최대 전쟁이 국제화될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파병된 북한군이 고도의 훈련으로 다져진 최정예 특수부대인 점에서 향후 한반도의 군사 균형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의 23일 보도에서 미국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수석연구원은 “싸울 의지로 무장된 1만명 가량의 병력은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소수의 북한군 배치가 러시아군에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레이철 민영 리 선임연구원은 “무기를 보내는 것과 자국민을 직접 전장에 파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투자이자 약속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더 큰 대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현대전의 실전경험을 쌓아서 한반도에서 더 큰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파병 시점에 동시에 남한에 지속적으로 쓰레기풍선을 보내는 것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북한군의 파병으로 북러관계가 강화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감을 키워 북한이 지속적으로 남한에 날리고 있는 쓰레기풍선처럼 남한·일본을 상대로 한 도발을 강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2024.10.20./사진=연합뉴스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북한 쓰레기풍선은 지난 27일 한-폴란드 정상회담 공식행사를 앞둔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마당에도 떨어질 정도로 근본 차단이 안 되는 상황이다. 풍선이 DMZ 상공에 떠있을 때 사격하면 총탄이 북쪽으로 떨어져 빌미를 줄 수 있고, 우리지역으로 넘어왔을 때 사격하더라도 재산·인명 피해 발생 우려 때문에 우리군이 공중 격추를 시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븍한은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27일까지 30차례 6000개 이상이 쓰레기풍선을 날려보냈다. 풍선 일부에 위치정보를 알 수 있는 GPS장치까지 부착돼있었고, 공항에서 항공기들의 이착륙 지연도 발생했다. 최근 낙하된 풍선에선 기폭장치가 발견되거나 풍선이 낙하한 이후 화재가 일어나는 피해도 발생했다. 

그동안 북한이 날려보낸 풍선 안에 위해물질은 없었지만, 그런 만큼 북한의 풍선 살포가 지속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북한이 풍선을 이용해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꽤 많이 축적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쓰레기풍선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군사용으로 투입할 것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우크라이나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 매체 보도에서 군사전문가들은 북한군이 풍선을 날려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교란하거나 생화학무기를 탑재하는 화학전에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1일 쿠르스크주 코무토프카 지역에 북한군 교관 40여명과 러시아 장병 50여명이 배치돼있으며, 북한군은 군사 목적의 풍선 사용법을, 러시아군은 현대식 보병 전투 전술을 서로 가르쳤다는 보도도 있다.

이를 볼 때 북한이 그동안 남한에 지속적으로 쓰레기풍선을 날린 이유가 바로 실전에 활용하기 위해 풍선의 풍향, 풍속 조절, 타이머와 발열장치 활용 노하우를 익히기 위한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풍선이 방공망 교란 및 방공무기 소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울러 풍선에 생화학무기를 넣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는데, 이럴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러시아 군파병과 남한에 쓰레기풍선 살포는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에 군병력을 파병한 북한이 한반도에서도 통제 가능한 범위 내 긴장고조 행위를 지속하는 것은 서로 연결돼있다고 볼 수 있”며 “한반도에서 중저강도 도발과 대러 파병을 파병해 북러 밀착을 가속화해 러시아로부터 대규모 경제·군사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1만명 이상의 병력 파병은 기존 노동자 송출 이상으로 가는 경제적 이득을 기대 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에 더해 서방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러시아의 ICBM이 나 핵잠수함 기술이 북한에 제공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우리군의 확실한 대비태세를 보여주면서 8.15 통일독트린에서 제시한 남북대화협력체의 일환으로 북한에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협의를 촉구해야 한다. 또 국제사회와 공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러 간 핵위협 동맹에 대한 대응논리를 적극 활용해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한국의 자체 핵능력 강화 등 워싱턴선언을 뛰어넘는 확장억제 보장 조치를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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