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홍준표 대구시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노태우 비자금’을 꺼내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향해 “마치 이완용 후손의 재산 환수 소송을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정치인의 불법자금이 기업에 유입돼 30여 년 후에 1조 원 이상 불어났다고 해서 그 돈이 국가에 환수되지 않고 후손에 귀속되는 게 정의에 맞는가”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어떤 사건을 지칭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한 상황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노 관장 측은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돈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비자금을 전달했다며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 등을 재판부에 증거로 내놨다. 

노 관장의 대규모 재산분할과 관련해 비자금으로 축적된 재산이 국고로 환수되지 않고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 재계 내에서는 노 관장이 제시한 김옥숙 메모가 대규모 재산분할 판결을 받았지만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아무리 불륜을 응징하는 재판이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홍 시장은 과거 검사 시절 노태우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며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장관 등을 구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