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건설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모두 존재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 종식하고 중동 강경책을 예고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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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
8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NBC 인터뷰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아직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대화를 나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는 이미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이후 약 70개국의 정상들과 벌써 전화통화를 나눴으며, 러시아와도 대화할 의향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는 "매우 좋은 대화"라고 언급하며 향후 미국의 중동 정책이 친(親)이스라엘 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 정책 방향은 러우전쟁 조기 종료, 중동 친이스라엘 강경 정책으로 정리된다.
그는 대선 후보로 지난 몇 달간 선거 유세와 TV토론을 통해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겠다"고 꾸준히 언급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의 침략을 종식할 방안 등을 자세히 논의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대로 러우전쟁이 조기 종료되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우리나라 건설사들에게는 새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3년부터 10년간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금액은 4863억 달러(약 673조3796억 원)로 추정된다. 특히 주택(803억 달러) 교통(737억 달러) 에너지(471억 달러) 등 건설 인프라 재건 수요가 높아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이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새 활로를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정KPMG도 국내 건설산업 호조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계획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건설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몇몇 건설사들은 민관협력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전력 공사로부터 1조 원 규모의 송변전 사업을 수주했고 제일엔지니어링 또한 우크라이나 우만시 스마트시티 재건 사업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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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 도하 신시가지 전경./사진=현대건설 홈페이지 캡처 |
반면 트럼프 당선인이 중동 강경책을 펼칠 것으로 관측돼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전부터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했고, 대선 후보 시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중동 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판해왔다.
중동 정세는 미국의 개입이 러우전쟁에 미치는 양상과 판이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것과 동시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묘한 친밀감을 보여온 만큼 양측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동에서는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강화되면 아랍권 국가들과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적극적인 중동 개입이 되레 중동 정세에 기름을 부어 중동 전쟁 장기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삼정KPMG도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내 건설사의 중동시장 의존도가 확대되는 가운데 트럼프 재집권으로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면 국가 신규 발주 감소 및 프로젝트 지연 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 건설사들의 중동시장 의존도는 확대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까지 중동 지역 건설 수주액은 119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9.5% 증가했다. 이는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의 57%에 달하는 수치다.
향후 중동에서 굵직한 수주 프로젝트가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중동정세 악화 시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전략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중동정세 불안이 커지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원자재값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원자재값이 일제히 오르면 국내 주택건설 공사비 상승으로 전이돼 건설업계가 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예측이 어려운 성향이 건설사들의 선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부동산 투자자들이 트럼프 당선 후 투자 계획을 중단하고 시장을 관망하는 중"이라면서 "건설사들도 글로벌 시장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당하는 선제투자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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