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가 침체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신규상장시장(IPO)은 이미 '혼돈' 양상으로 진입한 모습이다. 여전히 수많은 회사들이 연이어 신규 상장되고 있지만, 턱없이 높게 책정된 공모가로 인해 최근엔 상장과 동시에 손실 구간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동방메디컬이 상장을 철회하는 등 IPO를 포기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 국내 증시가 침체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신규상장시장(IPO)은 이미 '혼돈' 양상으로 진입한 모습이다./사진=김상문 기자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신규상장주들의 상장일 주가 흐름이 급격히 악화됐다. 당장 이날 상장한 에어레인의 경우 공모가 2만3000원에 단 한 번도 닿지 못한 채 20~40% 하락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오후 1시30분경 그나마 시초가 1만6450원보다는 위에서 주가가 오르내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타 종목 대비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달 중순 이후 무렵부터 신규 상장한 대부분의 종목들이 비슷한 흐름을 거쳤다. 지난 1일 동시 상장한 탑런토탈솔루션·에이럭스·에이치엠파마를 비롯해 어제인 7일 상장한 토모큐브, 탑런토탈솔루션 등이 줄줄이 상장 당일 하한가(-40%) 근처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유일한 예외는 지난 6일 상장한 더본코리아였다. 백종원 셰프라는 스타급 기업 대표를 앞세워 상장한 만큼 상장 당일 공모가 3만4000원을 훌쩍 뛰어넘은 5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런 더본코리아조차도 상장 후 3거래일을 맞고 있는 이날 현재 주가가 4만6500원 선으로 떨어져 있다. 그나마 공모가보다는 위지만 수급 흐름이 불안정한 것은 마찬가지다.

시장 냉각의 대표적인 시그널 중 하나인 상장 철회 사례 역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동방메디컬은 상장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기업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주관사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앞서 올해 최대 규모의 IPO로 주목 받았던 케이뱅크와 에이스엔지니어링에 연이은 상장 철회 사례다. 지난 9월까지로 시야를 넓히면 지아이에스, 애니원, 우양에이치씨 등 3개사가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지난 10월 10개사 이상의 신규상장 종목들이 집중됐지만 그들 대부분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IPO 시장의 온도가 급격히 얼어붙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례들을 계기로 상장기업 선정에서부터 공모가 산정 등 제반 흐름을 뒤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거래대금 급감 등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예전 같은 IPO 흥행을 기대하긴 힘든 형편"이라고 언급하면서 "적자 기업들이 특례상장 등으로 매우 관대하게 상장 문턱을 넘고 있는데, 이런 부분부터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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