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에 경기하방 리스크 확대 우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의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둘러싼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견해와 환율 변동성을 고려할 때 '금리를 묶어야 한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 28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오는 16일 오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새해 첫 기준금리 향방을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현재 연 3.00% 수준이다. 앞서 한은은 작년 10월 4년 5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며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깬 '깜짝 인하'를 단행하며 2회 연속 금리를 내렸다.

이달에도 한은의 금리인하를 관측하는 가장 큰 배경에는 경기침체가 자리한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커지면서 내수 소비와 기업의 투자 전망 역시 밝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진단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 역시 부정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 8곳의 전망치는 작년 말 현재 평균 1.7%로 한 달 전인 11월 말 평균 1.8%에서 0.1%포인(p) 내렸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성장 동력 약화와 잠재적인 내수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p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국내 정치 상황뿐 아니라 미국의 통화·무역 정책 관련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에도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는 한은이 밝힌 바와 같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며,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및 가계부채 하락 추세 역시 금리인하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권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 14일 "오직 통화당국의 결단만이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실시했다는 비판을 다시 받지 않으려면 이번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치솟는 환율이 금리인하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환율 상황에서 금리인하까지 단행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여기다 미국이 올해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기보단 오는 28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지켜본 뒤 금리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은 최근 물가 오름세 둔화, 가계부채 증가폭 축소, 경기 하방 위험 확대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과 지난 두 차례 연속 인하 효과를 점검하면서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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