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긴장 속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대대적인 관세 인상과 더불어 전기차 보조금 폐지 또는 축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선제적이고 유연한 대응 전략을 통해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과 성 김 대외협력·홍보 담당 사장이 직접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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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트럼프 인스타그램 |
◆ 미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강조…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기조는 명확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면서 공급망 내재화를 통한 미국 내 산업 역량 강화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폭탄을 예고한 만큼 업종 불문 국내 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7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1984년 처음 100억 달러를 넘겼고, 1988년 200억 달러, 2000년 300억 달러, 2011년 500억 달러를 돌파한 뒤 2022년에는 1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대미 수출은 2018년(727억 달러)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핵심 동맹 관계까지 보편 관세를 적용해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관세는 한 나라가 외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핵심 무역 정책 수단이다.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업체의 타격이 우려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2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기아차의 EBITDA가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S&P는 "트럼프의 재선은 2025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멕시코 및 캐나다에 대한 무역 장벽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현대차 5종 보조금 대상 포함…IRA 폐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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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제공 |
트럼프의 당선으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은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줄곧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보조금 지급 조건이 까다로워지거나 보조금이 폐지되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생산·투자 역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신종 녹색 사기)'이라고 비판하면서 재집권 시 미집행 IRA 예산을 전액 환수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난 2022년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70만8293대(현대차·기아 합산)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기존 최다 판매 기록인 2023년 165만2821대보다 5만 대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6% 늘어난 34만6441대에 달했다. 현대차·기아가 2011년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를 시작한 이래 연간 최다 기록이다. IRA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다.
올해부터는 아이오닉 5·아이오닉 9(현대차), EV6·EV9(기아), GV70(제네시스) 등 5대가 전기차가 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출범은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보조금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되면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현대차, 트럼프 취임식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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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
국내 완성차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 현지 생산 확대, 고용 창출, 기술 개발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시설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직접 참여하며 미국 정부와의 접점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 미국 법인 대표 호세 무뇨스와 대외협력·홍보 담당 성 김 사장이 트럼프의 취임식에 참석해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전야제부터 취임식 이후 열리는 공식 만찬 및 무도회까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이번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를 기부하며 행사 비용 지원에도 동참했다. 현대차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차원을 넘어 미국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외국계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강행할 전망이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계의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관세 인상은 전기차 수출 확대를 목표로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장은 주요 수출국인 만큼 보다 유연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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