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 대외환경…정권 관계 없이 경쟁력 가질 수 있는 발판 마련해야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뻥 뚫린 도로, 기름 가득, 부재중 운전자"

트럼프 정부의 출범. 성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바이오 업계가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 갈림길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는 중국 기업들의 공백이라는 완벽한 '포장도로'를 우리 기업에게 깔아준 셈이다.

다만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선점에 나서야 하는 시기에 맞물린 탄핵 여파는 아직도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지난 12월 3일 발발된 계엄의 여파는 1월의 말미에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여파는 정책 지원이 절실한 모멘텀이 다가온 기업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할지언정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각 산업계는 트럼프의 취임과 함께 거센 파도를 맞고 있다. 급진적인 정책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각 시나리오 별로 대응책을 구비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다. 바이오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트럼프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지난 1기 행정부에서 시간이 부족해 전개하지 못했던 정책에 다시 펜을 들었다. 이번 2기 행정부에서는 대대적으로 약가인하, 자국 생산품 우선주의가 흐름을 탈 예정이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주목되는 사업군이 바이오시밀러와 CDMO(위탁개발생산)사업이다. 약가인하는 전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해당 정책의 저의가 중국 기업들에 대한 견제라는 점에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반사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어느 때보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해외 콘퍼런스나 투자 설명회 등 굵직한 글로벌 행사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많아졌으며 그에 상응하는 경쟁력 구축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기업에게 악어새가 돼야 할 정부의 지원이 미비하다 못해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진출을 늘리고 네트워킹을 확대하는 등 괄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정책이 오리무중이다.

목적지까지 깔끔한 도로와 기름이 가득한 차를 마련해 줬는데도 운전자가 페달을 밟지 않는 형국이다. 이렇게 주저하고 있는 동안 경쟁자들은 시동을 걸고 먼저 도로를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이번 정권의 시작과 함께 바이오는 꾸준히 제 2의 반도체라는 주목과 지원을 약속 받아왔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정부가 약속한 지원 어음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6월 바이오USA와 올해 1월 JP모건 헬스케어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주목도는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두 행사에서 차이가 있다면 청사진을 제시한 우리 기업에게 돌아온 질문일 것이다.

기업의 전략에 관심을 갖고 투자자와 파트너십을 확대할 수 있는 무대에서 정치적인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열심히 숙제를 해온 학생에게 집안 사정을 묻는 꼴이다.

바이오업계의 지속되는 성공을 바라는 한 명으로써 정권 교체와는 관계 없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것을 제언하고 싶다. 기업이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괜찮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계속하자"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 정부가 가진 역할 중 하나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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