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까지의 부진을 딛고 1월 한 달 강한 모습을 보였던 국내 증시가 지난 달 마지막 거래일인 31일에 대형 변수를 맞닥뜨렸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업체 딥시크(DeepSeek)가 쏘아올린 변수가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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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인공지능(AI) 업체 딥시크(DeepSeek)가 쏘아올린 변수가 국내 증시에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대표 지수인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2517.37로 거래를 마감했다. 정확히 2400에서 새해 첫 거래를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한 달 동안 5% 가까이 오르며 견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코스닥 역시 연초 대비 7.4% 상승하며 강한 흐름을 보였다.
그럼에도 시장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설날 연휴를 필두로 중국발 대형 변수가 가세됐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 업체들을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게 만들었던 AI 섹터가 딥시크에 의해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즉,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고가 반도체가 아니라 중저가 반도체를 가지고도 충분히 발전된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의 흐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의 조짐을 가장 최전선에서 보여주고 있는 회사는 엔비디아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3배 가까이 오른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들이 내놓은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에 의해 부양되고 있었으나, 딥시크에 의해 기존 논리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딥시크가 자사 AI를 선보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약 17% 폭락하며 충격을 그대로 받는 모습이었다. 이후 나스닥‧S&P500 지수가 점진적으로 회복하며 상당수 회사들의 주가도 딥시크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지만 엔비디아만큼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에서 주가가 공전하고 있다.
여기에 파생적으로 영향을 받은 회사가 바로 SK하이닉스다. 엔비디아의 HBM 밸류체인에 속해 있는 SK하이닉스 주가는 어제였던 지난달 31일 약 10% 폭락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현실로 보여줬다. 엔비디아 주가가 전고점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는 한 엔비디아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 온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상승을 장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의 표정은 나쁘지만은 않다. 지금까지는 HBM 밸류체인에서 후방으로 밀려 있다는 인상이 강했지만, 만약 HBM이 아닌 기존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는 방식으로 AI 사이클이 돌아간다면 삼성전자에게는 결코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삼성전자 주가 역시 지난달 31일 약 2.4% 빠지면서 5만2400원으로 마감됐지만, 향후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결국 2월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운명이 교차되는 흐름에 덧붙여 미 증시와의 연관성이 심화되는 국면이 덧붙여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하루 쏟아내는 정책의 영향에 따라서도 다양한 변수가 가미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 국내 증시가 워낙 많이 내렸던 만큼 큰 틀에서는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반도체 급락으로 코스피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인터넷‧금융‧음식료‧필수소비재 등은 차별적인 반등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공포심리는 반도체와 전력기기 관련주에 국한되며, 성장 속도나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를 소화한 이후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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