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멕시코에 관세 강행…무역갈등 격화
가전 업계도 타격…LG·삼성, 미국 내 생산 확대 검토
현대차그룹, 멕시코 생산 일부 미국 이전 추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하면서 양국에 생산 거점을 둔 완성차, 배터리, 가전 업계 등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미국 현지 생산 증대, 생산기지 이전, 공급망 다양화 등 다방면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3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오는 4일부터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미국에 대해 맞대응 조치를 할 경우 관세율을 더 올릴 수 있는 보복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관세적용 3국 즉각 반발…트럼프, 차기 관세 표적은 EU

이번 관세 시행으로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본격 막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관세 부과는 미국의 3대 교역국에 대한 첫 관세 부과다. 미국·캐나다·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으로 지금까지 3국 간 무역에 대한 관세는 거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고통이 따르겠지만 미국의 미래를 위해 감내할 만한 조치라며 관세 부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관세 대상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관세 인상 등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부 고통이 따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고, 때문에 대가를 치러야 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를 WTO에 제소키로 했다. 캐나다는 즉각 미국산 제품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며 WTO 제소 방침도 밝혔다. 

멕시코도 곧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2일 대국민 연설에서 "저는 내일(3일)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처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3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에 그쳤지만 향후 다른 국가들까지 관세 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관세 부과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음 관세 표적으로 유럽연합(EU)를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철 등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한국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통상갈등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 국내 기업, 대응책 마련 분주…현지 생산 강화·공급망 다변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를 자국 내 제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트럼프발 관세 부과 조치는 자동차, 배터리, 가전 등 주요 산업군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인건비도 저렴해 북미 수출 최적 거점으로 꼽혀왔다.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등이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들은 관세 전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확대, 수출처 다양화, 생산기지 이전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만들고, 케레타로 공장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건조기 물량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으로 옮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 세 곳에 생산기지를 둔 LG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 등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 캐나다에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이 진출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 공장에서 배터리 모듈을 양산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특히 완성차 업계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한국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은 USMCA를 활용해 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을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관세 부담이 커지면서 생산·수출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는 새로운 관세 부과 상황에 대비해 생산 거점 재조정과 미국 현지 증산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생산량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생산한 물량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캐나다로 수출하고 미국 조지아주 기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확대해 관세를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중동 및 호주를 비롯한 수출지 다변화에 나서는 등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의 관세 조치는 한국 기업들에게 비용 증가와 생산 구조 재편이라는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면서 "자동차, 배터리, 가전 업계 모두 북미 시장 내 생산 전략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