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헌법재판소가 4일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을 진행했지만, 증인신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입증할 유의미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다 받았다 하는 이야기들은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41분쯤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헌재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오후 2시부터 진행되는 5차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윤 대통령이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이날 변론기일에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을 국회와 선관위로 출동시킨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날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증인들에게 직접 신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재판부는 증인신문 종료 후 윤 대통령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제공했다. 증인신문은 증인들의 요청에 따라 가림막없이 진행됐다.
증인신문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1차장 순서로 각각 90분씩 진행됐다. 다만 계엄에 군 병력을 투입한 두 사령관은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사실상 거부해 유의미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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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2025.2.4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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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증인인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부터 증인신문은 난항을 맞이했다. 이 전 사령관은 신문 과정에서 답변 거부와 침묵을 유지했다. 이 전 사령관이 답변한 사실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당시 3통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과,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국회의사당 내부로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제한된다는 내용으로 회신했다는 점이 유일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문을 부수거나 총기를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형사소송 중으로 답변이 어렵다”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또 수방사 병력이 국회로 출동한 이유에 대해서도 국회 장악이 아닌 ‘외곽 방어’ 취지였다고 주장하면서 “제 기억과 제3자 진술이 다른 것이 많다”라며 국회 무력화 시도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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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2.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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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비상계엄 당시 주요 정치인 체포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쾌한 답을 하지 않았다. 여 전 사령관은 선관위와 국회로 방첩사 병력이 출동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주요 정치인들이 포함된 14명의 체포명단 제공과, 이들의 체포 지시 등에 대해서는 “형사재판에서 답하겠다. (이에 대해)굉장히 다른 진술들도 많이 있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여 전 사령관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정치인들의 체포 협조를 요청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법령과 작전 계획에 따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하니 경찰에 인력을 보내달라는 것과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했었다”라고 답했다.
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의 통화에서 정치인 체포 등을 논의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정황상 상식적으로 이상하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더불어 방첩사 병력들이 출동할 당시 수갑과 포승줄을 소지한 것에 대해서도 “군인들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장비다. 출동하면 가지고 가는 것으로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로부터 진술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열몇 명 정도 되는 (군)인원이 국회에 겨우 진입했다. 수 천명의 민간인들이 국회 경내에 있었고, 국회의사당 본관에도 수백명이 있었을 것이다. 상식에 근거해 보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지 않나 말씀을 드린다”라면서 군 병력을 투입해 국회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혐의 등을 부인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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