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지난해 말부터 독감 유행이 빠르게 번지면서 보험금 청구가 급증해 보험사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설 연휴 이어진 기록적인 폭설로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4개 보험사(메리츠·현대·KB·DB)가 독감·감기로 비급여 주사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지난 1월 1일~15일까지 보름 동안 지급한 실손보험금이 27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같은 기간(140억원), 2023년(56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 독감 대유행으로 보험금 청구가 늘면서 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독감 환자 급증으로 병원에서 실손보험으로 보장되는 고가의 비급여 주사제를 처방한 사례가 증가한 영향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월 1주 차에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는 99.8명으로 전주 대비 1.4배 증가하며 2016년(86.2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둘째 주에는 86.1명으로 전주 대비 13.7% 줄었으나 2016년 평년 정점보다 높은 수준이다.

폭설 또한 보험사의 실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상 겨울철에는 폭설과 결빙 등 계절적 요인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보험개발원과 손해보험협회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 간 설 연휴 기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설 연휴 전날 사고건수는 하루 평균 1만2052건으로 평상시보다 13.6%, 대인사고 건수는 3898건으로 16.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율 또한 평상시(15.5%)보다 높은 17.8%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4개사 단순 평균) 93.0%로, 전년 같은달(85.5%) 대비 7.5%포인트(p) 뛰어올랐다. 4개사의 작년 한해 누계 손해율 역시 83.3%로 전년(79.8%) 대비 3.5%p 올랐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0%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대형사의 경우 82%로 본다.

대신증권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금융지주 5곳의 4분기 합산 순이익이 1조200억원으로,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인 1조5000억원을 31.9% 하회할 것으로 봤다. 특히 어린이보험 비중이 높은 현대해상은 전년 동기와 전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추정의 근거로는 독감 등 호흡기 질환 청구 증가로 인한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 손실 확대, 폭설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확대, 연말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손실계약비용 반영 등을 들었다.

이들 5곳의 합산 예실차손실은 4870억원으로 회계제도 변화 후 가장 큰 손실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이보험 비중이 높은 현대해상이 손실액이 1630억원으로 가장 크고, 메리츠화재가 가장 적은 것으로 추산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폭설로 인해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손익이 큰 폭의 적자전환될 전망”이라며 “미국 LA 산불 영향은 DB손해보험을 제외하고 나머지 보험사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은 캘리포니아에 진출해 주택보험 등을 판매 중이다. DB손해보험이 보유한 계약은 이튼 산불 인근 지역 34건, 팰리세이즈 산불 인근 지역 3건이다. 한화투자증권은 DB손해보험의 손실 규모를 1000억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60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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