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60일이 지났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지 두달이 지났음에도 비상계엄의 여파는 사회 곳곳에 미치고 있다. 특히 정치의 양극화가 두드러지며 진영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는 서울서부지방법원 소요 사태로 이어지는 등 사법부 불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오는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변론 절차를 종료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조속히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조기 대선에 대한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정치권은 비상계엄의 여파를 온전히 수습하지 못한 채 더 큰 파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디어펜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끈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현 상황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국민추천제로 울산 남구갑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돼 당선됐다. 김 의원은 초선임에도 작년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 ‘소장파’로서 정치권에 이름을 각인시킨 인물이다.
현재 김 의원은 비상계엄으로 얼룩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의힘 내 소신을 가진 젊은 정치인 모임인 ‘언더73’(73년생 이하)에서 활약하고 있다.
|
 |
|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미디어펜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비상계엄, 중대 탄핵 사유…尹 파면 안 되면 나라 망하는 것”
김 의원은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윤 대통령 탄핵은 ‘당위’라고 생각한다. 비상계엄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고, 포고령의 내용도 반헌법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로 ‘부정선거’를 언급한 것에 대해 “이것이 비상계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실제 부정선거가 있지도 않았다”라면서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았다면,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유가 없어도 절차적인 하자가 있어도 비상계엄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전례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았다면 언제든 비상계엄을 하는 상태가 됐을 것이다. 이에 국민은 저항할 것이고 군대가 또 동원된다면 유혈사태가 발생하면서 내전이 발생될 수 있었고, 그러면 나라는 망하게 됐을 것이다”라며 탄핵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더불어 김 의원은 비상계엄 사태 발생과 사회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진영논리’의 폐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지금도 연장선상이다. 진영 싸움 때문에 옳고 그름은 사라지고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진영에 갇힌 사람들이 갈등을 부추기고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를 이용하고 세력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라면서 “정치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데. 반대로 정치가 국민을 이용해 저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단절하지 못하고, 강성 보수 지지층에 이끌려 다니고 있다는 이유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사법부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도부가 헌법재판소와 서부지법을 흔들고 법치주의를 위반하고 있다. 잘못된 대통령인 윤석열을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반민주적이고 반보수적이다. 보수라는 우리의 가치를 하나도 수호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헌법재판소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헌재 흔들기는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판결도 나오지 않았는데 미리 재판관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라고 조언했다.
“탄핵 찬성 이후 엄청난 압박…삶의 기반 뽑히는 기분”
김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배신자’로 낙인찍힌 상태다. 김 의원은 지도부와 지역 기초·광역의원들로부터 탈당을 권유받거나 국회 상임위원회를 강제로 이동 당하는 등의 수모를 겪고 있다.
|
 |
|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당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히게 됐다며 사퇴와 탈당 압박을 받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김 의원은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임위 변경과 당직 추방은 물론 시당위원장 사퇴 압박도 받았다. (당에서)소외되고 공격받고 있으며, 지역에서는 체계적으로 뿌리뽑기도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돌아갈 수도 없을 정도로 제 삶의 기반까지 송두리째 뽑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중앙보다 지역에서 겪는 것이 더 참혹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를 응원해 주셨던 분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저에 대한 온갖 소문들이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역 정치에서는 그들만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고, 저의 행동은 그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 저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김 의원은 “하지만 (제 결정을)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제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답하고 싶다. 다 예상했던 일이고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새삼스럽게 느끼지는 않는다”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지역 정계에서 울산시당위원장직에 대한 축출 움직임이 나타나자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소신을 위협하는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계엄에 여야 모두 사과 필요…정치 회복 과제 남긴 사태”
김 의원은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에서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얼룩진 민주주의 회복을 지목했다. 또 그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여당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제1야당 또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여야가 함께 국민께 사과하고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큰 틀에서 봤을 때 정치가 국민께 송구함을 드린 일로써 정부여당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정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인 만큼 여야가 다 같이 국민께 사과를 드려려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여야와 진영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 대표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2심 재판을 빨리 받고,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대통령의 최소한의 자질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하지만 이 대표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고, 재판 지연에 대한 목적만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이런 모습은 민주주의 회복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
 |
|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권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민주주의 회복과 더불어 진영 정치 근절이라고 지적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대통령 계엄-탄핵 사태에도 높은 지지율? 진영 정치의 폐해”
김 의원은 민주주의와 정치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진영 정치부터 근절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것에 대해서도 “진영 정치 폐해라고 생각한다. 네 편 내 편을 나눠서 싸우고,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오로지 승패만을 보고 있다. 이것이 지속된다면 합리적인 대화와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김 의원은 ‘개헌’을 통해 진영 정치의 폐해를 해소하고, 비극이 반복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개헌은 국회가 우선해야 할 테마가 됐다. 현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진영논리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영에 갇히지 않고 가치 지향적인 경쟁을 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중임제와 분권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것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차기 대통령은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숙제’를 가진 만큼 비상계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인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헌재에서 당연히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상계엄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고, 포고령 내용에도 하자가 있다. 헌재는 당연하게도 탄핵을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차기 대선 후보는 민주적이어야 한다. 탄핵에 찬성하지 않은 후보와 반민주·반보수적인 사람이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면서 “한동훈 전 대표 또는 유승민 전 의원 넓게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 정도가 적합한 후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사법리스크를 품고 있거나 비상계엄을 옹호한 인물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를 부인했거나, 보수의 가치를 부인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자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끝으로 김 의원은 최근 활동을 시작한 언더73 모임이 한 전 대표의 복귀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언더73은 직접적으로 한 전 대표와 연결된 조직이 아닌 완전히 별개의 조직이다.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출발했고, 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