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3·1절 기념...배우 차인표 참여해 소프라노 조선형과 시대의 아픔 연기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지난 해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한국학 전공 학부와 대학원의 필수 교재가 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배우 겸 작가 차인표가 함께 하는 대규모 합창 음악극 '거룩한 함성'이 세계 초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국립합창단은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1절 기념음악회 '거룩한 함성'을 무대에 올린다. 세계 초연으로 선보이는 이번 연주회는 그 자체로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도전을 담은 기념비적인 공연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주인공 정옥분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통해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을 웅장한 합창과 섬세한 솔로, 극적인 음악 장치와 함께 배우들의 연기까지 어우러졌다. 주인공 정옥분이 독립운동가인 약혼자를 기다리며 겪는 시련과 희생, 그리고 해방 이후 하와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 27일 무대에 오르는 합창 음악극 '거룩한 함성'의 두 주인공인 배우 차인표(왼쪽)와 소프라노 조선형./사진=국립합창단


대본 및 연출을 담당한 김숙영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는 동시에 다음 세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며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그는 또한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고난을 그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를 극복한 인간의 숭고한 의지와 화합을 삶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전반부는 일제강점기의 억압과 저항을, 후반부는 해방 후 가족과 화합의 과정을 묘사한다. 제목인 ‘거룩한 함성’은 고통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인간의 내면적 외침과 존엄성을 상징하며, 부제인 ‘뜨거운 봄날의 외침’은 긴 세월 동안 억눌려 왔던 이들이 마침내 드러낸 간절한 염원과 해방의 기쁨을 표현한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난 속에서 견뎌낸 인내와 내재된 자유의 갈망, 그리고 울분을 토로한 고결한 외침을 함축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공연이 가장 주목받는 점은 대규모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연주, 그리고 각 솔리스트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음악극에, 극적 완성도를 높여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졌다는 것. 정옥분 역의 소프라노 조선형과 그의 손자인 최강산 역의 배우 차인표가 바로 그 정점에 서 있다.

노래로 연기를 할 조선형이 정옥분의 고통과 내적 갈등을 섬세한 감정 연기와 가창을 통해 그녀가 겪는 아픔과 희망의 여정을 생생히 그려낸다면, 배우 차인표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가족사 연기로 공연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는 특히 극 중 소설가로서 과거의 이야기를 재조명하며, 내면의 갈등과 가족애를 진정성 있게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일반적으로 오페라나 뮤지컬 등의 노래극과는 다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 해주는 핵심 역할을 맡은 차인표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역사 속 깊이 새겨진 아픔을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왜 100년 가까이 된 사건을 아직도 이야기하느냐고 묻지만, 그 고통이 충분히 공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의 아픔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나와 무관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할머니, 우리 가족의 이야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작품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다“라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 '거룩한 함성'의 연출과 대본을 맡은 김숙영(왼쪽)과 작곡을 맡은 김민아./사진=국립합창단

소프라노 조선형은 이번 공연에서 16세의 천진난만한 소녀부터 고난을 겪은 후 70~80세의 삶을 살아가는 정옥분을 연기한다. 그녀는 "극 중 ‘대한독립 만세’가 울려 퍼질 때마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의 인생을 연기하며, 음악적 표현뿐만 아니라 시대적 아픔을 담아내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조선형은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16세의 밝고 순수한 소녀에서 점차 무너져가는 여성의 인생을 표현해야 했다. 발랄함과 사랑이 서린 소녀의 모습부터, 참혹한 현실을 맞닥뜨리며 깊어지는 슬픔과 울분을 노래로 담아내려 했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두 배우는 관객들이 '거룩한 함성'을 통해 단순한 역사적 고찰을 넘어, 희망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차인표는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고, 그 희망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공연이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작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선형도 "우리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공연을 통해 느끼고, 관객 한 명 한 명이 희망을 품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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