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칼날이 자동차 업계까지 향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는 미국 시장에서의 생산·수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마 4월 2일에 이야기하겠지만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기 위해)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관세 발효 전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길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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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 현대차그룹, 최대 수출국 미국서 직격탄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정책은 자국 내 제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한다. 한국은 한미 FTA에 따라 현재 무관세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로 상황이 급변하게 됐다.
25%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한 자동차는 278만여 대로 이 가운데 미국 수출 물량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143만여 대다. 지난해 자동차 대미 수출 금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342억 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26.8%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관세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3.4% 늘어난 170만829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전년 대비 4.8% 증가한 91만1805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1.8% 늘어난 79만6488대를 팔았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수출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자동차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차그룹의 차량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판매와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KB증권에 따르면 10% 관세만 적용돼도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00억 원, 2조4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도 20% 관세 시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25%가 되면 피해는 이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해 충격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본격 가동한다. 연간 5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이 공장이 가세하면,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6만 대), 기아 조지아 공장(34만 대)과 함께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연간 12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와 멕시코 생산 물량 비중이 높아 관세 충격을 모두 흡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한 바 있다. 한국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은 USMCA를 활용해 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을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해 왔는데, 이번 조치로 관세 부담이 커지면서 생산·수출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그룹 차원의 추가적인 생산거점 조정과 포트폴리오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부분 수출 한국GM도 피해 예상…'철수론' 점화 우려
한국GM 역시 큰 피해가 예상된다. GM은 한국 공장에서 뷰익 앙코르 GX 및 뷰익 엔비스타 크로스오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GM은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이 수출 물량이다.
한국GM은 GM 본사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며 연간 40만 대 이상을 수출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미국으로 향한다. 수출물량은 지난 2021년(18만2752대)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에는 22만7638대, 2023년 42만9304대로 늘었고, 지난해 수출은 47만4735대로 이 중 미국 비중이 88.5%(41만8782대)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한국GM의 국내 판매량은 2만4824대에 불과하다. 부진한 성적을 타개할 신차 계획도, 국내 투자계획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으로 국내 시장에서 한국GM의 입지가 좁아졌다. 다만 수출 판매가 잘 되고 있는 만큼, 공장 가동이나 운영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자동차 관세 25%까지 현실화하면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비록 국내에서 연구개발도 이뤄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면 한국GM 철수에 대한 우려가 또 다시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가 한국GM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약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만큼 한국GM 역시 생존전략 재정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철수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관세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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