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강남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지난해 서울 15억 초과 아파트 거래 2년 전 比 10%↑
"자금 여력 有 수요층 적극 거래…고가 아파트 비중↑"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최근 시장 내 불확실성 확대 및 대출 규제 확대 등으로 인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최근 강남권 아파트 거래를 옥죄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풀리면서 15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 내 15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2년 전 대비 10%포인트가량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서울 15억 원 초과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은 23.8%로 2022년 하반기 13.7% 대비 10%포인트가량 확대됐다.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5채 중 1채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인 셈이다.

반면 서울 6억 원 이하 아파트 매매건수는 2022년 하반기 전체 거래의 46.3%에서 4개 반기 연속 거래 비중이 줄어 지난해 하반기 20.4%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도권 내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일부 회복된 가운데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몰린 것과 더불어 다주택자 중과세 부담이 지속되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이러한 현상은 눈에 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20만1491건으로 이 중 하반기는 9만9634건이 거래됐다. 금액 구간별로 살피면 6억 원 이하 거래가 56.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해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22.1%) △9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8.9%) △15억 원 초과(7.8%) △12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4.8%)순이었다.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만 놓고 보면 2022년 하반기 2.5%에서 지난해 하반기 7.8%로 3배 이상 비중이 늘었다. 반면 6억 원 이하 거래 비중은 2022년 하반기 78.5%에서 22.2%포인트로 크게 감소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비롯해 가계부채 관리 방침으로 인한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된 시기였으나 지역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급지 위주로 자금력을 갖춘 수요층이 매수를 이어가며 15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이 20%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가치가 안정적인 고가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 각종 규제 해제로 인해 이러한 증가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2일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내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이를 통해 4개 동 아파트 305곳 중 291곳이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해졌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개발(예정)지 및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 거래 시 관할구청장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인 매매만 허용하며 임대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는 어렵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과거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운영해온 토지거래허가제도를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 거래량 감소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재건축 이슈가 없는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해제하고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중 사업 추진 상황에 따라 해제 시기를 규정해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내용의 규제 완화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규제 해제 효과는 시장에서 곧바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월 둘째 주(10일 기준) 0.02%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인 셋째 주(17일 기준) 0.06%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 내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대상인 송파구는 2월 둘째 주 0.14%에서 셋째 주 0.36%로, 강남구는 0.08%에서 0.27%로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규제 고삐가 조금씩 풀리면서 시장에서 상급지 중심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2022~2023년은 주택경기 침체로 수도권 집값이 약세 흐름을 보이며 중저가 위주로 간헐적 거래가 이뤄졌다면 2024년은 서울 강남3구 및 경기 성남, 과천 등 15억 원이 넘는 똘똘한 한 채로 거래가 집중된 양상이 뚜렷했다”며 “주택시장 변동성에도 비교적 안정적 자산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고가 아파트를 대출 의존도가 낮고 자금 여력을 갖춘 수요층이 적극적으로 거래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고 대출 규제 기조 속 내수 부진과 국내외 정세 불안 등 시장 내 불확실성 요인을 고려하면 당분간 금리 민감도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 매수 관망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반면 수도권 유망지역을 비롯해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역 내 대형 단지들의 거래 제한이 풀리면서 15억 원 초과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