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문제로 인해 정국이 부산스러운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국을 향한 관세 정책과 정치권의 입법 발의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과 소비 침체는 누구든 몸으로 쉽게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 회복이 요원하니 기업들도 국민들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시기다. 집권여당이 힘을 쓰지 못하니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득세한다. 민주당이 엄연히 국민의 선택으로 국회의 과반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들의 주장이 모두 국민의 뜻에 부합하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반기업 정서의 이미지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재계가 강력하게 요청한 ‘반도체특별법’은 노동계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진보와 보수라는 좌우 이념을 버리지 못하니 경제는 항상 뒷전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중도보수의 표심도 얻고 싶고, 기존 노동계의 표도 필요하니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인다. 마음은 중도보수도 잡고 싶지만 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공약은 총알 없는 공포탄과 같다. 당원조차 설득하지 못한 공약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던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와 중국이라는 압박 속에서 한국경제를 살리는 실리를 취하는 외교다. 또 국내 경제를 되살릴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는 결코 기업과 무관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기업도 달래야 하고, 정치적 표밭인 노동계도 못 버리니 마우스 버튼 마냥 우클릭 좌클릭 하는 꼴이다. 

한 매체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만의 TSMC는 주 70~80시간 근무를 하지만, 이는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대만 노동부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거꾸로 말하면 TSMC는 이렇게까지 했기에 전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구개발이라는 직군은 공부와 다르지 않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만큼 성과가 나는 분야다.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에서 성과를 냈지만 어디까지나 방향성이 좋았을 뿐,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의 자랑이자 1위 수출품인 반도체는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 기업들이 성장이 둔화되며 고전하는 이유는 중국과 무관치 않다.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을 무섭게 추격했고, 이미 양적인 면에서는 한국을 추월한 지 오래다. 대표적으로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 자체 수급이 가능해지며 어려움에 빠져 있다. 그나마 조선 산업이 최근 잘나가고 있는 것은 바로 양이 아닌 질적인 면에서 중국에 앞서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질적 차이는 투자와 연구개발에서 온다. 

중국에도 근로법이 있다고 한다. 중화인민공화국 노동법에 따르면 하루 근로 시간 8시간, 주당 44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장근로는 하루 최대 3시간 월간 총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한다. 그런데 참 웃기는 소리다. 중국이라는 공산국가에서 이걸 지킬 것이라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불법임에도 당국의 단속이 미흡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국가가 지킬 의지가 아예 없다는 것과 매한가지다. 

대만이나 중국이나 우리를 앞서 가려하는데, 지켜지지도 않는 그들의 노동법을 우리에게 비교하는 것은 애초에 논리가 성립조차 되지 않는다. 누군들 편하게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싶지 않을까. 다만 이러한 바람도 경제가 살고 기업이 잘 나간다는 전제 하에 가능하다.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경제를 회복하는 제 1순위 과제라면, 현재 우리나라는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바 있다. 

상법이 개정안대로 통과된다면 주가 하락을 이유로 기업이 각종 소송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법을 만들 때는 만들어진 후 사회에 나타날 영향과 여파를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좋은 게 좋다고 만들면 반대급부가 생기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민식이법’이 그렇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만든 좋은 법안이지만, 수많은 폐해도 양산하며 ‘과잉 입법’, ‘부실 입법’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기업의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과 같이 전반적인 경기가 나쁘고 경쟁국과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등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또 상속세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기업 오너들이 유산으로 지분을 상속받는다. 그런데 기업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지분의 50~60%를 상속세로 내야 하니 최대한 주가를 낮추려 할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의 경우 유산으로 받았을 당시 책정된 상속세가 주가 하락으로 주식을 다 팔아도 상속세를 낼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폐해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대응 방안도 없이 법안을 던져 놓으면 그 폐해는 이루어 말할 수 없을 게 불 보듯 뻔하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역시 마찬가지다. 상법이나 노조법이나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당연히 통과 처리될 것이 뻔하다. 모두 재계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이 득세를 하는데 이 정권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의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현대제철의 경우를 보자. 철강업종이 역대 최악이라 불릴 만큼 불황을 맞은 시기에 노조는 역대 다시 없을 만큼 유례 없는 최고 실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에 준하는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오죽하면 현대제철이 초강수를 두며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했을까. 제조업이 대부분 비슷한 면이 있지만 철강업 역시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냉연공장이 쇳물처럼 365일 유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한계이익을 넘어서지 않는 이상 적자가 나더라도 공장을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에서 직장폐쇄를 결정한 것은 노조가 선을 넘었다는 뜻이다. 철강업의 시황이 언제 회복될지 기미도 보이지 않고, 미국의 관세 문제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에서 노조가 선을 넘은 것은 결국 정치적 뒷배라는 믿음이 있어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누구는 노란봉투법이 “약자를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파업을 일삼는 강성 노조를 위한 법일 뿐이다. 기업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무한 파업과 편의를 위한 요구만 거세질 뿐 의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면, 무책임한 법안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재용 삼성 회장을 보라. 이재용 회장은 1,2심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은 당연한 듯이 상고했다. 검찰은 자신들이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에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검찰이 앞뒤 안 가리고 나쁜 놈으로 만들고 시작하는 이유다. 책임이 없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 반도체 공정을 둘러보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왼쪽)/사진=SK 제공

삼성이 법인세를 2년 연속 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이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면, 결국 국가 재정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비단 삼성뿐만 아니라 기업이 어렵다면 법인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나라 살림이 11월까지 81조 원 적자를 기록한 것도 기업이 어려운 것과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만 해도 우리나라 수출 20%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기운다는 기우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삼성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누리꾼들은 삼성의 임원들이 문제라 손가락질하지만, 정작 실상은 누구보다 삼성의 반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나라살림보다 선심성 표퓰리즘 정책에만 신경 쓰고,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감원장과 같은 출세를 원하는지 개인 영달을 위함인지 재계 1위 기업 총수를 희생양 삼아 재판대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우리는 유럽의 몰락을 교훈 삼아야 한다. 과거 세계를 지배한 유럽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이는 결국 제조업을 버린 결과다.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한 것도, 미국이 동맹을 내버리고 자국 우선주의를 택한 것도 결국 제조업이 이유이다. 미래 산업 역시 결국 제조업이 흥하지 않는다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어려워진 현실 역시 제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패권을 쥐려는 미국과 중국 등 열강들 속에서 기업 경쟁력 하나로 생존의 길을 열어왔다. K-한류가 퍼진 것 역시 기업들의 노력이라는 뒷받침 속에 이뤄낸 결실이다. 한국경제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기업을 극한으로 내쫓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시행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