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재계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꾸준하게 상법 개정이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내왔지만 민주당은 이달 안으로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마무리 지을 기세다. 재계는 막판까지 꾸준히 반대 의견을 전달하면서도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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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6일 재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개정안에는 “이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또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재계 내에서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가 확대되면 회사법 체계 훼손, 기업의 경영권 위협, 소송 남발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해 왔다.
특히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고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주가 하락에 대한 소송이 두려워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해외 투기자본이 경영권에 대해 공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이 소액 지분으로도 경영권에 대한 공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는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가치를 하락 요인으로 쪼개기 상장이나 불합리한 물적분할 등이 꼽히는 만큼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을 개정하면 상장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힘이나 금융당국에서도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민주당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결국 국내 기업들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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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으로부터 상법 개정에 대한 경제8단체 건의문을 전달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재계는 막판까지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8단체(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코스닥협회)는 26일에도 국회를 찾아 국민의힘에서 개최하는 간담회에 참석해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의 활력이 둔화되면 투자와 일자리가 감소하게 되고 국민 경재도 함께 어려워지는 코리아 밸류다운이 초래될 것”이라며 “상법 개정보다는 소수 주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핀셋 처방식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도 “경제계도 상법이 나이라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를 한다고 하면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생각이 있다”며 “증시 밸류업을 위해서,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논의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은 “중소기업은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와 같은 규제 강화는 직접 금융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은 외부 세력의 경영 개입에 대해 경영권 유지나 방어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내에서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의임은 27일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민주당에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마지막까지 재계는 상법 개정에 대한 부작용을 전달하겠지만 결국 최상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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