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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부 조성준 차장 |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정부가 최근 지방 건설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 악성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지방 부동산 침체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우선 LH가 매입하기로 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3000호로, 전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1만7200호) 중 약 17%에 불과하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총 2만1480가구 중 80.2%가 지방에 있는 마당에 고작 17%의 아파트를 처리해 준다고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더구나 수요자들이 가장 바라는 세제·금융 혜택이 쏙 빠지면서 맹탕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작동하는 거래 시장으로, 수요자의 자금 여력이 높아지면 거래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이를 위해 일각에서는 수요자의 주택 매입 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분양 주택 매입 시 다주택자의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거나 취득세를 50% 감면하는 방안 등을 요구해 왔다. 또 해당 주택을 5년 이내 매각하면 양도세를 100% 감면하는 등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지방 부동산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아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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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아파트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정책의 지방 한시적 이원화 요구도 배제됐다. 지방 아파트 구매 시 수도권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자는 의견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지난 4일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에서 DSR 적용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금은 더 실효성 있는 다른 대책을 해 보는 게 필요하다"면서 "현장 목소리를 들어봐도 실효성 측면에서 과연 미분양 아파트를 DSR 규제 때문에 못 사고 있는지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DSR 차등 적용 등 금융 지원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정확한 정책 방향은 오는 4~5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할 때 발표되겠지만, 현재로선 금융 지원 시그널이 없는 셈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 같은 판단은 자칫 강도 높은 금융·세제 지원이 다시 부동산 시장 과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를 고려하면 과열을 우려해야 할 상황인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심화된 부동산 양극화는 수도권-지방 격차를 넘어 서울과 비(非)서울, 강남과 비강남으로 더욱 더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 부동산이 무너지고 서울로만 돈이 모인다면 국가의 균형발전 훼손은 물론이고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지방의 자산가들은 지방의 실거주 주택까지 팔아 서울에 '갭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2 도시인 부산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고 일부 지역은 공동화 현상까지 보이는 것은 지방 경제와 부동산 경기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모든 돈이 서울로 쏠리는 현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에도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도 윤활유를 넣어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방의 아파트 3000가구를 공공 매입하는 것으로 지방 부동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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