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조선업체들의 미국 함정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다른 국가에서도 함정 건조를 맡길 수 있도록 법안이 발의됐으며, 국내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협력하기로 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내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 함정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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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한 미 해군 ‘월리 쉬라’호./사진=한화오션 제공 |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있는 조선소에서 미군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을 발의했다.
기존에는 자국에서 활용되는 군함에 대해서는 해외 건조를 막아왔던 법안을 60년 만에 수정하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기존 법안으로 인해 미국 내 조선업 경쟁력이 떨어졌고, 중국도 해군력을 크게 높이고 있어 법안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에는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외국 조선소를 소유·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해군 장관이 확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중국 조선사의 진출을 차단했다.
결국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 경우 한국 조선사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당선 직후 한·미 정상 전화통화에서 국내 조선사들과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이달 중으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헤그세스 장관이 방한하게 되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찾아 미국 해군과의 협력을 강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미국은 현재 296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는데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연간 300억 달러(약 43조 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해군과는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통해 협력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며 “동맹국에서도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미국 해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함정 수출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도 미국 함정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해외 함정 사업에서 수주를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다른 국가에서는 원팀을 구성해 수주에 나서는 반면 국내에서는 양사가 따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진행된 호주 군함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수주에 나섰지만 최종 후보에도 들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결국 양사는 함정 수출에서는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단기적으로는 캐나다 잠수함, 사우디아라비아 함정 수출을 추진하는데 장기적으로 미국 함정 수출까지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업계 내에서는 양사가 협력한다면 미국 함정시장 진출 시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경쟁국인 일본보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생산능력이나 기술력에서 앞서고,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는 가격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함정 수출사업은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하는 사업인데 그동안 양사가 따로 나가면서 정부에서도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양사가 협약을 맺은 만큼 향후 미국 함정 건조 시장에서는 힘을 합쳐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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