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한 이후 최근 주가가 강세를 나타냈던 LS ELECTRIC(LS 일렉트릭)을 포함한 그룹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LS그룹이 현재도 계열사들의 추가상장을 고려하고 있어 주주들의 우려가 더욱 커진 모습이다. 허나 구 회장의 이번 발언은 그저 상법개정에 대한 여론에 불을 지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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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중복상장' 관련 발언 이후 LS 그룹주들 주가가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S그룹주들이 때 아닌 급락세를 맞고 있다. 지주사인 LS가 지난 6일 10.29% 급락한 것을 포함해 LS ELECTRIC은 12.11%나 떨어졌다. 또한 LS에코에너지‧LS네트웍스‧LS마린솔루션‧LS머트리얼즈‧가온전선 등 계열사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결국 LS그룹 계열사 9곳의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그룹 시총이 6500억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날이자 오늘인 7일 오전까지도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LS가 5% 넘게 추가 하락한 가운데 LS ELECTRIC도 약 4.5% 하락세다. LS머트리얼즈가 0.6% 정도 소폭 상승한 점을 빼면 기타 계열사 주가도 전부 떨어지고 있다.
이번 하락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구자은 LS 회장이다. 그는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행사에서 중복상장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예전엔 중복상장이 문제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단순히 중복상장에 대한 견해 정도를 밝혔다고 보기엔 LS그룹이 현재 KOC전기‧에식스솔루션즈‧LS이링크 등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긴장감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중복상장에 대한 비판이 커진 만큼 최근엔 눈치라도 보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LS그룹의 경우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가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주식 커뮤니티나 LS그룹 관련주들의 게시판 공간에는 ‘이래서 상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아울러 상법개정이 본격화되기 전에 각 대기업 그룹들의 중복상장이 연이어 나타날 수 있다는 공포감도 조금씩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만 LS그룹이 추진 중인 자회사 상장은 기존 회사의 사업부를 따로 떼어 상장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인수한 회사를 상장하는 것이므로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중복상장 이슈와는 결이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물론 구 회장의 발언이 중복상장에 대한 일부 대기업 측의 ‘본심’의 드러냈다는 의구심은 어쩔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급진적인 상법개정에 비판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 발언이) 공개석상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도 “지금처럼 상법개정 논란이 뜨거운 이슈가 된 상황에서, 하필 중복상장 당사자가 저런 말을 하면 여론에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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