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일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제품에 25% 관세 부과
우리나라도 관세 부과되면서 동국씨엠·KG스틸 ‘타격’
철강업계 “정부와의 협의 통해 대응책 마련해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미국의 철강 관세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기존에는 미국에 물량만 제한받고 무관세로 수출해온 반면, 이번에는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관세가 적용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미국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올려왔던 동국씨엠과 KG스틸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사진=포스코 제공


◆고관세에 수익성 악화 예상…동국씨엠·KG스틸 ‘불똥’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 지난 12일 0시1분(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25% 관세 부과를 시작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재에 대해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철강 제품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제품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되며,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파생상품 259개도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존에는 무관세로 수출하는 대신 물량을 제한받는 수출 쿼터가 적용됐는데 이번 조치로 무관세 혜택은 사라지고 25%의 관세가 반영된다. 대신 수출 쿼터로 인한 물량 제한은 사라지게 됐다. 

물량 제한이 없어지면서 전보다 수출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예상도 나오지만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국씨엠은 그동안 미국 수출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올려왔는데 당장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씨엠은 미국 수출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40% 수준을 담당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았다. 

하지만 관세 25%가 부과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이전과 같은 높은 수익성은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KG스틸도 비슷한 상황이다. KG스틸의 컬러강판 수출량은 동국씨엠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미국에 석도강판을 주력 상품으로 수출해 왔다. 석도강판은 부식에 강해 주로 음료캔이나 통조림캔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KG스틸은 그동안 석도강판의 미국 수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올려왔다. KG스틸의 영업이익률은 모든 철강업체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석도강판에서 나오는 영업이익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25%의 관세를 부과받으면 더 이상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로 인해 원가 상승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가 개시됐는데 관세 부과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원가가 오르면 수출 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다른 국가들 대비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이번 관세 조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풀이된다.

동국씨엠의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가 컬러강판에 치중돼 있고 최근 인수한 아주스틸 역시 멕시코에 가공센터를 두고 있어 미국 관세 영향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현대제철도 대응책 찾기 총력…정부 지원 필수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포스코는 제품 품질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고관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또 기존 쿼터가 폐지되는 만큼 전략적으로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제품도 발굴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가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한 투자를 검토 중이다. 현재는 전기로를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에서도 철강업계와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3일 철강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대응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희근 포스코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박성희 KG스틸 사장 등 주요 철강업체 임원이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이달 중으로 수입 대응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안 장관은 간담회에서 “높은 불확실성을 상수로 보고 고부가제품 중심 투자 및 수출 전략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며 “정부도 이러한 방향에 초점을 맞춰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관세 부과로 미국 현지 철강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와 힘을 합쳐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트럼프 1기 때와 같은 성과를 올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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