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 여전히 '레버리지 ETF' 매수 중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기록했던 미국 증시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서학개미'들의 투자 나침반이 흔들리고 있다. 간밤 하락으로 S&P500 지수는 고점 대비 10% 넘게 하락하며 조정장 진입 신호가 떴다. 이런 가운데서도 상당수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작년까지만 해도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기록했던 미국 증시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서학개미'들의 투자 나침반이 흔들리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믿음을 지켜왔던 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 커다란 변곡점을 맞아 조정을 받고 있다. 간밤 S&P500 지수는 또 다시 1.4% 하락하며 5521.51포인트에 거래를 끝냈다. 이는 최근 최고치 대비 10.1% 하락한 수준인데, 시장에선 이를 공식적인 ‘조정국면 진입’으로 해석한다.

국내 증시가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나스닥 지수 역시 이달 들어서만 8% 넘게 빠졌고, 우량주 중심의 다우산업지수 역시 약 7% 빠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미 증시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아직은 잃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투자자들의 경우 지난 2022년 하반기 역시 꽤 혹독한 하락장을 맞이한 적이 있으나, 2023년부터 재차 상승세로 방향을 돌리며 고점을 써나간 경험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조정장 역시 큰 틀에선 ‘고점회복’이라는 결말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공공연히 나오지만, 문제는 레버리지를 써서 투자에 나선 경우다. 비단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선 경우뿐 아니라, 레버리지 ETF를 매수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경우에도 최근까지의 손실폭이 매우 커져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ETF로 알려진 TSLL(테슬라 2배 레버리지)의 경우 2월 한 달 동안에만 49.63% 폭락했고 이달 들어서도 35% 넘게 추가 하락 중이다. 소위 말하는 ‘물타기’를 통해 손실률을 약 50% 정도로 줄여놨다 하더라도 현재의 주가가 2배로 불어나야만 겨우 손익분기점에 맞출 수 있는 수준까지 주가가 폭락한 셈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ETF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 2월 21일부터 이달 10일까지(결제일 기준 2월 25일~3월 12일)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셰어스 ETF(SOXL)' 다음으로 TSLL을 가장 많이 매수했다.

SOXL의 순매수 규모는 7억1000만달러어치에 달한다. 이미 미국 증시에서도 한국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선호 현상에 대해 여러 차례 분석 기사가 나왔을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미 증시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지금 상황으로는 상당히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으면서 “레버리지 투자는 상승세가 확인됐을 때 단기적인 전략 하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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