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는 모양새다. 픽업트럭은 상용차 이미지가 강한 데다 선택지가 제한적이었고, SUV 등 대체 가능한 차량이 많아지면서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완성차 브랜드들이 경쟁력 있는 신차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기아, KGM, 수입차 브랜드들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국내 픽업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1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1만3954대로 집계됐다. 국내 픽업트럭 등록 대수는 지난 2017년 2만3574대, 2018년 4만1467대로 점차 늘어 2019년 4만2825대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2020년 3만8929대,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로 계속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다 2023년에는 1만8199대로 2만 대 선이 다시 무너졌다.
픽업트럭 시장은 지난해 전체 신차등록대수(163만8506대)의 0.85% 수준의 작은 시장이지만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연이어 신차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다시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 기아의 새로운 도전 '타스만', KGM 아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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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기아 타스만./사진=기아 제공 |
기아는 KGM이 독점하고 있던 픽업 시장에 브랜드 최초의 정통 픽업트럭 '더 기아 타스만'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타스만은 기존 픽업의 표준과 관념을 넘어서는 뛰어난 상품성으로 픽업트럭 시장에서 강인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기아의 포부가 담긴 모델이다.
기아는 강인한 외관 디자인에 넓은 실내 공간, 활용성 높은 적재 공간을 갖춘 타스만에 다양한 편의사양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안전 사양까지 대거 적용했다. 타스만은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으로 최고 출력 281마력(PS), 최대 토크 43.0kgf·m의 동력성능을 발휘하며 연비는 8.6km/L다. 또 타스만은 최대 3500kg까지 견인할 수 있는 토잉 성능을 갖췄다.
아울러 기아는 타스만의 흡기구를 차량 전면부가 아닌 측면 펜더 내부 상단에 적용하는 등 800mm 깊이의 물을 시속 7km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도하 성능도 확보했다.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X-Pro는 기본 모델 4WD 대비 28mm 높은 252mm의 최저 지상고를 갖췄으며 올-터레인 타이어를 적용해 거친 환경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타스만은 출시 한 달이 채 안 돼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타스만은 지난달 13일 국내 공식 출시 이후 영업일 기준 17일 만인 지난 7일 계약 대수 4000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전체 판매량(1만3475대)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단순한 신차 효과를 넘어 국내 소비자들이 픽업트럭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차량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 픽업시장 1위 'KGM', 무쏘 EV로 기아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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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쏘 EV./사진=KGM 제공 |
현재 국내 픽업 시장의 강자는 단연 KGM이다. 지난해 KGM의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은 총 1만2779대가 판매되며 국내 픽업트럭 시장 점유율 88.6%를 차지했다. KGM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으로 국내 픽업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기아 '타스만'의 출격으로 시장의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기아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기아는 SUV 시장을 선도해 온 브랜드로 그간의 노하우를 픽업트럭에 접목해 KGM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KGM도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다. KGM은 최근 픽업 브랜드를 따로 분리하는 전략을 발표하고, 브랜드 첫 모델도 출시했다.
앞으로 출시될 모든 픽업 모델을 '무쏘' 브랜드 통합 운영하며 '무쏘'의 명성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기존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은 각각 '무쏘 스포츠'와 '무쏘 칸'으로 차명을 변경했다.
브랜드 첫 번째 모델인 전기 픽업 '무쏘 EV'는 계약 건수가 이미 2500대를 넘어서는 등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무쏘 EV는 80.6kWh 용량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하며, 실시간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차세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도입하고, 내구성이 강화된 배터리팩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AWD 모델은 최고출력 413마력(ps), 최대토크 64.9kgf·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며 전륜구동 모델도 207마력(ps)의 출력을 제공해 실용성과 퍼포먼스를 모두 갖춘 모델로 평가받는다.
◆ 수입 브랜드도 신차 출시…프리미엄 픽업시장 활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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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라./사진=GMC 제공 |
반면 수입 픽업트럭들의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포드 레인저가 4.7%, 쉐보레 콜로라도가 2.6%, GMC 시에라가 2.3%,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1.9%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들도 신차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최근 아메리칸 프리미엄 픽업∙SUV 브랜드 GMC는 2025년형 시에라 드날리를 출시했다. GMC는 프리미엄 픽업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시에라 드날리'는 고급 가죽 시트,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강력한 견인 성능 등으로 차별화된 고급 픽업의 정수를 보여준다.
시에라는 6.2L V8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kg·m의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10단 자동변속기와 GM의 독자 기술인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적용돼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강력한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시에라는 모터사이클 2대를 적재할 수 있을 만큼 광활한 적재 공간을 갖췄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산하 브랜드 지프도 오는 4월 프리미엄 픽업트럽 글래디에이터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방침이다. '뉴 글래디에이터'는 새로운 '세븐 슬롯 그릴'을 적용한 더욱 정제된 디자인에 새로운 편의 기술과 안정 장치가 추가될 예정이다.
◆ 업무차→다목적차 인식 개선…픽업시장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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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래디에이터 하이 벨로시티 리미티드 에디션./사진=지프 제공 |
과거 국내 소비자들은 픽업트럭을 다소 불편한 차량으로 여겨왔다. 대부분의 모델이 상용차 개념에서 출발해 SUV 대비 승차감과 편의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픽업트럭들은 SUV 못지않은 승차감과 첨단 기능을 갖추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소비자들이 픽업트럭을 단순한 업무 차량이 아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차량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오랫동안 KGM이 독점해 왔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완성차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픽업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아 '타스만'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KGM이 '무쏘' 브랜드를 내세워 픽업 시장 강화를 추진하면서 시장 내 점유율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KGM은 국내 픽업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가진 1위 브랜드다. 이번 '무쏘' 브랜드 통합 전략은 이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시도"라면서도 "기아가 SUV 시장에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픽업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KGM의 독주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SUV와 픽업트럭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픽업트럭을 단순한 화물차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차량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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