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야당에서 내놓은 전세 계약 10년 보장 등 임대차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유재산에 해당하는 주택에 대해 장기 임대를 강제해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에 더해 전셋값 폭등이 결국 세입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임대차3법 등 무리한 규제 정책으로 집값을 3배 가까이 띄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기(失機)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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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아파트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최근 20대 민생 의제와 60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입자의 주택 임대기간을 10년간 보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한국의 세입자 평균 거주 기간이 3.2년에 불과해 해외 주거 복지 선진국에 비해 주거 안정성이 낮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행 '임대차 2법'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에는 전세 10년 후에는 상호 합의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고, 임대료 인상률 상한(5%)을 신규 계약에도 적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 정부 시절인 2020년 이른바 '임대차 3법'을 통해 기존 2년이던 임대 기간을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최대 4년으로 늘렸는데, 이를 최소 10년으로 더 늘리자는 것이다.
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수장으로 있어 사실상 조기 대선 공약을 선제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파격적인 정책 의제 발표에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우려한다. 우선 사유재산인 주택의 임차인 장기 점유를 강제하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에 해당한다. 즉 헌법 제23조에서 보장하는 소유자의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를 막아 국민의 재산권 보장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
사유재산권 제한이 과잉금지 원칙·비례의 원칙·법치주의의 원칙에 합치해야 한다는 법적 단서에 비춰봐도 임차인의 장기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함이 재산권 제한이 가능한 예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10년이면 경제도 변하고 부동산 시장도 몇 번 변하는 기간인데 개인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하기 어렵다면 안될 것"이라며 "10년 이상의 임대차 동안 임대인 및 임차인의 신변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러한 상황에 놓이면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어 시장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실질적인 해당 방안이 도리어 시장 교란으로 주거 불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10년의 전세계약이 가능해진다면 집주인들은 10년 치 물가상승률 등 크게 인상된 전셋값을 제시해 전세 폭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문 정부 때 실제 있었던 일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임대차 2법 시행이 예고된 2020년 7월부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매월 1%씩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을 보면 △2020년 7.52% △2021년 12.0%를 기록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2020년 7.52% △2021년 12.01% 상승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임대차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번 계약하면 최소 10년이라는 초장기 계약이 된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세가 아닌 월세로 임대를 놓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 주거의 축인 전세 제도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또한 문 정부 시절 실제 있었던 파급효과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연간 전월세 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은 △2020년 12월 4.5% △2022년 5%대 △2023년 4분기 6%대로 꾸준히 상승했다.
10년 전세를 피하고자 반전세에서 더 확장된, 이른바 전세 같은 월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임차 보증금을 전세처럼 높게 잡고 소액의 월세금만 책정해 임차 보장 기간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만약 집주인들이 규제를 피하고자 이러한 방법을 쓴다면 서민 주거 안정에 적지 않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 함인경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 3법 시행 후, 2017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0.9% 오르던 전셋값이 불과 1년 10개월 만에 16.4% 급등했다"며 "민주당은 같은 실수를 더 크게 반복하려 한다. 임차인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책이 오히려 임차인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0년 전세가 실현되면) 가장 먼저 전셋값 폭등이 일어날 것이고, 전세 매물 실종 현상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며 "국민들은 전세를 월세보다 압도적으로 선호하는데 공급이 축소되니 전세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등 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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