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전무한 정쟁법 남발에 정치권은 쓴소리
“또 정치의 사법화 상상력·정치력 한계 드러나”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졌다는 전망이 제기됨에 따라 여야의 막판 여론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여야는 12·3비상계엄과 관련한 입법까지 동원해 총력전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헌재)는 이르면 이번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것으로 여겨진다. 헌재는 17일에도 한덕수 총리의 탄핵 문제 등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정하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는 21일 윤 대통령과 한 총리 탄핵심판이 동시에 선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임박해 보임에 따라 여야는 장외 집회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권 또한 이들의 여론전 도구가 됐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위한 특별법을 꺼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부정선거 이슈가 확산돼 진영대결이 심화된 만큼, 국민통합을 위해 의혹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이에 박 의원은 ‘국론통합을 위한 대한민국 선거와 투개표 시스템 점검과 보완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64명이 이름을 올렸다. 해당 법안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20대 대통령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최근 5년간 치러진 선거의 선거 투·개표시스템을 점검해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는 내용이 골자다. 

   
▲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 "총리마저 탄핵합니까? 안정이 우선입니다"라고 적힌 국민의힘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4.12.25/사진=연합뉴스

이어 윤상현 의원은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불법적 수사행위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공수처 특검법)을 대표 발의하며 여론전에 힘을 보탰다. 해당 법안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위법하게 수사 했고, 국회 국정조사에서 영장 쇼핑과 관련한 질의에 허위 답변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배경으로 여론전이 꼽힌다. 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이 있음에도 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재조명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필연성을 강조할 목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공수처특검법의 경우에도 윤 대통령 수사와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 문제를 강조하고, 헌재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입법 여론전은 민주당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14일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이 내란죄 또는 외환죄로 처벌 받을 경우,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해산심판을 받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른바 ‘국민의힘 해체법’이다.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을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기 위함으로 평가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서 정쟁용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된 것에 ‘쓴소리’가 만연하다. 여야가 추진한 법안들이 ‘여소야대’ 국면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의 벽에 가로막혀 실현될 가능성이 전무함에도 입법권을 정쟁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을 다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의 한계나, 정치력의 한계가 느껴진다”면서 “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인식이 바뀌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여야의 실효성 없는 정쟁용 입법을 지탄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