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오만과 너무나 아쉬운 무승부에 그쳤다. 선제골을 넣고도 리드를 못 지켰고, 이강인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7차전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황희찬(울버햄튼)의 선제골로 잡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오만에 동점골을 내줬다.

이로써 한국은 4승3무(승점 15)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B조 선두는 지켰다. 하지만 아직 한 경기 덜 치른 2위 이라크(승점 11), 3위 요르단(승점 9)과 승점 차를 더 벌리지 못했다.

   
▲ 손흥민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얼굴을 감싸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국은 오만과 1-1로 비겼다. /사진=더팩트 제공


원정에서 한국을 상대로 승점 1점을 챙긴 오만은 승점 7(2승1무4패)로 4위를 유지했다.

3차 예선은 각 조 1, 2위에게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한국은 이날 오만을 꺾고 25일 요르단(수원월드컵경기장)전에서도 이기면 본선행을 조기 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만과 비김으로써 본선행 확정이 미뤄질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오만과 지난해 9월 2차전 원정경기로 만났을 때 3-1로 이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이 80위 오만과 격차가 커 객관적 전력에서도 앞서기 때문에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은 불안 요소도 있었다. 간판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중원의 핵인 황인범(페예노르트)은 대표팀에 소집되기는 했지만 소속팀에서 부상으로 장기 결정했던 후유증으로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이날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홍명보 감독은 김민재가 빠진 중앙 수비는 권경원(코르파칸 클럽)과 조유민(샤르자)에게 맡겼다.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던 황인범 자리에는 백승호(버밍엄시티)를 기용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교체 명단에 올리고 벤치 대기시켰다.

주민규(대전) 원톱에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을 좌우 날개로 내세운 한국은 수비 위주로 나선 오만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오만은 5백에 대부분 선수들이 자기 진영에 머무르며 두텁게 수비를 하다가 기회가 생기면 역습을 시도했다.

한국의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던 중 악재도 생겼다. 백승호가 전반 38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 이강인이 급히 백승호 대신 교체 투입됐다.

   
▲ 황희찬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기뻐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백승호가 조기 교체된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강인이 들어가 예리한 패스로 볼 배급을 하면서 한국 공격의 숨통이 조금씩 트였다. 그리고 이강인의 그림같은 패스가 황희찬의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이강인이 들어간 지 3분 만인 후반 41분 오만 수비라인을 뚫고 들어가는 황희찬에게 이강인이 절묘한 전진 패스를 길게 보냈다. 황희찬이 까다로운 자세에서도 볼 터치를 잘해 슈팅 기회를 잡자 지체없이 왼발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한국의 이날 경기 첫 슈팅이 선제골로 연결됐다.

황희찬은 지난해 9월 오만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은 바 있다. 이후 첫 A매치 골이 또 이날 오만전 선제골이었다.

전반 막판 한국은 페널티 아크 부근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상대 수비벽을 뚫고 바운드돼 들어가는 좋은 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걸려 추가골을 아깝게 놓쳤다.

1-0으로 앞서며 후반을 맞은 한국은 주민규 대신 오세훈(마치다)을 넣어 공격에 변화를 주며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 4분 설영우(즈베즈다)의 크로스에 이은 오세훈의 결정적 헤더가 골키퍼 발에 걸리며 탄식이 터져나왔다. 얼마 후 손흥민이 쏜 중거리 슛은 골대를 빗나갔다.

추가골이 나오지 않자 홍명보 감독은 스피드가 떨어진 황희찬을 배준호(스토크시티)로 교체했다. 한국은 계속 몰아붙였으나 결정적 찬스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 이강인이 발목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며 업혀서 그라운드를 벗어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후반 중반을 넘기면서 한국의 공세가 느슨해진 바람에 오만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35분 오만의 역습 상황에서 알리 알부사이디가 기습적으로 때린 슛이 골문 구석으로 꽂혔다. 한국 수비들이 공간을 내주기도 했지만, 그 직전 이강인이 상대와 경합하다 왼쪽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는데 주심이 경기를 계속 진행시켜 어수선한 가운데 골을 내줬다.

동점골을 얻어맞은 충격과 함께 이강인의 부상도 한국엔 치명적이었다. 이강인은 몹시 고통스러워하며 걷지도 못하고 업혀서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플레이 메이커였던 이강인이 빠지자 한국 공격은 더욱 호흡이 맞지 않았다. 손흥민이 위치를 바꿔가며 어떻게든 찬스를 엮어보려고 애썼지만 잔실수가 많았다. 후반 막판 오현규(헹크), 양현준(셀틱)이 투입돼 총 공세를 폈지만 끝내 한국이 바라던 골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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