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긴장 속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전쟁에 따른 운항 거리 증가, 유류비 상승 등 항공사들이 짊어졌던 부담들이 종전과 함께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와의 종전 협상과 관련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고, 전쟁이 끝나길 바라고 있다"며 "(전쟁이) 종식되는 것을 보고 싶다. 그런 노력에 있어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 모든 것은 주마다 몇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그들은 정말 불필요하게 죽어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정말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
▲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왼쪽)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오른쪽)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현재 항공사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근 상공을 우회하는 경로를 이용하면서 유럽과 미주 노선에서 비행시간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유럽행 항공편은 편도 기준 약 1시간 30분에서 많게는 2시간 30분가량 길어졌으며, 미 동부 지역 노선 역시 1시간~1시간 40분 정도 운항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고 있다.
늘어난 비행시간은 곧 유류비 증가로 직결된다. 유류비는 항공사의 고정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2023년 기준 총 영업비용 14조3217억 원 중 연료유류비가 4조8023억 원으로 전체의 33.5%를 차지했다. 유가 상승은 곧 항공사의 비용 압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단계적 휴전 방안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항공업계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종전이 본격화되면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유류비 절감과 유류할증료 인하로 이어져 항공권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여행 수요 회복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이 실현되면 비단 우회로 해소뿐 아니라, 러시아 노선 재개 가능성도 열릴 전망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들은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노선에서 철수한 상태다. 하지만 전쟁 이전만 해도 러시아는 주요 여객 노선 중 하나였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러시아 노선 이용객 수는 약 152만 명으로, 이는 국내 인기 관광지인 싱가포르, 괌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선이 재개될 경우 수요 회복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특히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 불리는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은 정상화된다면 수요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이 경쟁적으로 취항했던 노선이다.
종전 이후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재진출이 이뤄질 경우 상용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정치적 안정성과 경제 협력 재개는 기업 출장 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입장에선 신규 노선 확대나 기존 노선의 재정비를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물론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기 전까지는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 종전으로 이어질 경우, 항공업계는 수년간 누적된 비용 부담을 일부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침체기를 겪은 항공산업에 모처럼의 반전 기회가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항공사 관계자는 "종전이 가시화될 경우 영공 우회 해소뿐 아니라, 국제유가 안정과 러시아 노선 재개 등 복합적인 수혜가 기대된다"며 "특히 유가 하락은 전체 운임 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항공업계 전반의 회복세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