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유입 358만톤으로 영향력 ↑
저가 유입으로 국내 철강산업 수익성 악화·판매 감소 등 피해
일부 반대 의견 있지만 국내 철강산업 지키려면 반덤핑 관세 필요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번이 반덤핑 관세 부과할 적기”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을 두고 철강업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수입산 열연강판을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재압연 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반덤핑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철강산업 전반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내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열연강판 반덤핑은 필수라는 의견이다. 

   
▲ 포스코에서 생산된 열연강판./사진=포스코 제공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개시

2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제458회 회의를 열고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를 보고받았다.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12월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이 지나치게 저가로 국내로 유통되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열연강판은 기초산업소재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냉연강판, 도금강판, 강관 등 다양한 철강재의 소재로도 활용된다. 그만큼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철강 제품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에서 무분별하게 국내로 들어오면서 현대제철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열연강판은 중국산이 164만1000톤, 일본산이 194만6000톤을 기록했다. 두 국가를 합치면 358만7000톤에 달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국내로 들어온 열연강판이 373만 톤 이었는데 중국산과 일본산 비중은 96.2%를 보였다. 

국내 철강제조업체들의 지난해 열연강판 내수 판매량이 886만3000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국가에서 들어오면 제품은 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지배력이 클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낮은 가격으로 제품이 들어오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지고, 판매까지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며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대한 관세 부과에 이어 열연강판에 대한 관세까지 부과되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반대?…“한국 철강산업 지키자”

후판 때와는 달리 열연강판의 경우 철강업계 내부에서 관세 부과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 

냉연강판이나 도금강판 등을 생산하는 재압연업체 입장에서는 중국산과 일본산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국산 제품과 중국산·일본산을 병행해 사용하면서 원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확보해 왔다. 

실제 대표적인 재압연 업체인 동국제강과 KG스틸 등은 열연강판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원가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산지 표시제를 사용하고 있는 이들 업체들은 미국 등 해외 수출 제품에 적용된 열연강판은 전부 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에 사실상 수출 경쟁력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판매 이익이 현저히 줄어든다.

일본산 열연강판을 반덤핑 제소할 경우 일본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있지만, 철강제품의 일본 수출 비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포스코조차 열연강판의 반덤핑 제소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덤핑 제소를 하면 먼저 저가 수입재가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조치가 없어 무분별하게 수입산 철강재가 들어왔다. 수입산 철강재는 국산 제품보다 통상 20% 수준 낮은 가격에 들어왔고, 국내 철강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도 품질 경쟁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제라도 반덤핑 관세 부과를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 장벽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관세 등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수입산 철강재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지난 12일부터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EU(유럽연합)도 세이프가드를 통해 수입 철강재의 유입을 억제하고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U에서는 당장 다음 달부터 철강 수입량을 최대 15%까지 줄인다는 목표다. 인도 역시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 12%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은 품질 경쟁력보다 당장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더 싼 원자재만 구매하게 되는 등 국내 철강 시장에 악재가 더해지는 모순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산업계를 위해서라도 관세가 부과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철강재는 건설,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산업계와 연결돼 있다. 국내 철강업계와 이들 수요산업군의 협력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키워 왔다.

국내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잃는다면 수요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수입재 사용이 늘어날 경우 수요산업에 대한 품질 경쟁력도 악화할 수 있다. 

철강업계 내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적기”라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수입산 철강재에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면서 전체 산업군에 대한 경쟁력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열연강판뿐만 아니라 컬러강판 등 후공정 제품도 반덤핑을 걸어야 한다“면서 “수입재에 교란되고 있는 시장을 정리하면 좀 비싼 국산 원자재를 쓰더라도 후공정 제품들도 가격을 올리는 등 수익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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